'지하 자율주행차' 화물 수송 시대 열리나

머니투데이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2016.02.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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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밖 과학]<46>스위스·영국, 도심 물류 문제 해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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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수송 자율주행 차량의 상상도/사진= CST<br>화물수송 자율주행 차량의 상상도/사진= CST<br>


지하철은 한계에 다다른 지상의 교통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했다. 이 혁신적인 교통수단은 등장하자마자 엄청난 수송 효과를 보이면서, 전 세계가 앞 다투어 지하 교통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사람을 실어 나르는 문제가 지하 수송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이 되면서, 이제는 화물을 실어 나르는 문제도 지하 공간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org)는 지상 물류 수송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스위스가 지하 공간을 통해 화물을 수송하는 시스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전용 지하도로를 통한 무인 화물 수송시스템



스위스에서 지하 공간을 활용한 화물 수송 시스템을 연구하는 곳은 수송전문 연구기관인 'CST(Cargo Sous Terrain)'다. 이 기관은 현재 자율 주행 무인 화물차와 전용 지하도로 개발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다.

CST는 최근 개최된 연구 결과 설명회에서 향후 15년 동안 스위스의 화물 수송 수요가 현재보다 45%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교통량 폭주에 대비하여 50m의 지하에 너비 6m, 길이 67km 규모의 전용 도로 건설을 제안했다.

전기로 작동하는 무인 자율 화물차들을 투입해 화물들을 24시간 수송한다는 것이 CST의 계획이다. 첫 대상지역은 취리히에서 베른까지로서, 지하도로가 완성되면 무인 차량은 이 두 곳을 약 30km의 속도로 오가게 된다.


무인 차량은 현재의 트럭 형태가 아니라 소형 위주의 화물을 쉽고 빠르게 수송할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설명회에서 공개한 이미지를 보면 마치 SF영화에서 나온듯한 미래형 스타일로 이루어져 있다.

CST의 관계자는 "전용 지하도로에는 자율자행 차량들이 달릴 수 있는 차선을 세 개로 구상하고 있다”고 전하며 “그 중 한 개는 노선 변경이나 물품 회수와 같은 용도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터널 상부에는 지름 30cm 미만의 작은 화물만을 시속 60km로 신속하게 실어 나를 수 있는 모노레일 시스템을 만든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지하배송 시스템의 동력은 지상에 건설되는 중간 기착지와 물류센터 지붕에 설치되는 태양광 시스템과 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얻어진다. CST는 일단 취리히와 베른 사이의 구간에만 물류센터와 4곳의 중간 기착지를 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CST의 관계자는 "기존의 화물 트럭들은 각 물류 집합센터에서 가정으로 물품을 배달할 때만 사용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우리의 이런 계획이 차질 없이 실현된다면, 아마도 고속도로에서 화물 트럭을 보는 일은 상당히 드문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기부상 방식의 무인 화물 차량/사진=Mole 솔루션자기부상 방식의 무인 화물 차량/사진=Mole 솔루션
◇영국은 자기부상 방식의 지하 수송 시스템 선보여

각종 대중교통 및 화물차량으로 인해 도로가 출퇴근 무렵에 주차장처럼 변하는 것은 영국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스위스처럼 화물 수송 문제를 지하 공간에서 해결하려는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는 회사는 지하 공간 전문 건설회사인 몰솔루션이다. 이 업체는 현재 영국의 노샘프턴에 시험 트랙을 건설하고 ‘몰’이라는 이름의 무인 지하 수송 차량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 차량은 몰이라는 이름답게 마치 두더지같이 생겼다. 차량을 기차처럼 연결하면 크기를 줄인 미니 지하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지하철과 다른 점은 화물 전용 차량이라는 점과 바퀴 대신 자석의 힘을 이용한 자기부상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기존의 지하철 철로를 사용하지는 못하고, 별도의 지하 터널이 필요하다. 또 다른 터널이 굴착되어야 한다는 것은 비용이나 공사기간의 입장에서 볼 때 단점이기는 하지만, 규모는 기존의 지하철 터널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것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몰은 1.3m 에서 2.4m 지름의 튜브 안쪽으로 운행하도록 되어 있다. 자기부상 방식이기 때문에 차량에는 모터나 동력원이 없으며, 모든 운행은 중앙센터의 통제 하에서만 이동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외에 이동은 물론 화물을 싣거나 내리는 것 모두 무인시스템으로 제작된다는 것도 여러가지 특징 중 하나다.

몰솔루션사가 생각하는 프로젝트의 주요 고객으로는 영국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같은 공공기관이나 DHL, UPS같은 대형 물류 회사들이다. 이들 기관은 영국 내에서도 엄청난 운송량과 주요 거점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몰솔루션 관계자는 "공항, 또는 철도와 연결된 물류 거점 및 교통 중심 지역에 이런 지하 화물 운송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교통량을 분산시켜서 물류 배송을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물론 대형 쇼핑몰이나 마트에도 도입하여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보다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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