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그후…북한의 외화벌이 유형은?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2016.02.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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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대창작사 해외 예술사업부터 북한음식점, 노동력 수출, 친인척 송금 등으로 수십억달러 유입 추산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북한의 해외 달러 벌이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만수대 창작사 해외 예술사업과 북한음식점, 노동력 수출 등을 통해 연간 수십억 달러를 평양으로 송금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북한 자본으로 지은 파노라마박물관 로비. (사진제공=중국 관찰자망)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북한의 해외 달러 벌이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만수대 창작사 해외 예술사업과 북한음식점, 노동력 수출 등을 통해 연간 수십억 달러를 평양으로 송금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북한 자본으로 지은 파노라마박물관 로비. (사진제공=중국 관찰자망)


한국 정부가 연간 1억달러가 넘는다는 북한의 외화 벌이 차단을 위해 개성공단을 폐쇄한 가운데 북한의 또다른 돈줄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매년 수십억 달러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은 만수대창작사를 통한 해외 예술지원 사업과 북한 음식점, 노동력 수출, 해외 친인척 송금 등이 주요 외화 수입원으로 꼽히고 있다.

12일 중국 관찰자망은 뉴욕타임즈를 인용해 북한 만수대 창작사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지난해 12월 완공한 파노라마박물관을 소개했다. 만수대 창작사는 이 박물관에 12세기 캄보디아 왕조의 역사를 보여주는 파노라마 벽화도 직접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만수대창작사·북한음식점 등으로 외화 벌이 '총력'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박물관의 운영 방식. 북한은 이 박물관 건립비용 1000만달러(120억원)을 직접 투자하는 대신 향후 10년간 운영권을 확보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북한의 투자금액이 1500만달러에 달한다고 소개한 적도 있다. 북한이 이렇게 큰 금액을 해외에 투자한 것은 캄보디아가 처음이다. 북한은 대신 박물관 입장료로 1인당 15달러를 챙기고, 커피숍이나 기념품 매장 등 부대시설 수익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만수대 창작사의 외화 벌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세네갈 아프리카 부흥 기념비(2010년) 설치 등 북한 만수대가 최근 10년간 아프리카 각국에서 벌어들인 외화만 1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 2005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동화분수 복원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 곳곳에 진출해 있는 북한 음식점도 외화 벌이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중국 참고소식망에 따르면 아시아의 북한 식당은 10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중 절대 다수가 중국에 포진해 있다. 특히 일부 음식점은 초고가 가격으로 운영한다. 베이징시 베이위엔동루의 북한 음식점 고려궁은 일반인을 위한 홀은 없고, 비싼 비용이 붙는 룸에서만 식사를 해야 한다. 최저 소비 한도는 8800위안(162만원)으로 15만~60만 위안에 달하는 회원 카드가 있어야 이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노동자 파견으로도 수십억 달러 평양 송금


노동력 수출도 북한 외화 벌이의 한 축이다. 중국 경제매체 허쉰은 지난해 말 "북한은 이미 전 세계 46개국에 6만~6만6000명의 노동 인구를 파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중국 등 북한과 수교를 맺은 16개국이 집중 파견 대상이다. 이들은 대부분 임업 및 건설 현장, 공장, 식당 등에서 근무하는데 월 수입으로 평균 1000달러를 받는다.

하지만 이중 850~900달러는 '충성금' 명목으로 본국으로 송금되는데 이렇게 해외 파견 노동자가 벌어들인 외화는 15억~23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소식망도 "북한이 해외 40여개국에 파견한 노동 인력만 10만명을 넘고 매년 30억 달러가 넘는 외화를 평양으로 송금한다"고 소개한 적도 있다.

특히 이들 해외 파견 인력의 인권 착취 문제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몽고나 폴란드 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매달 100달러를 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월급의 80~90%는 북한 당국이 회수해 가는 실정이다. 일부 북한 음식점 여직원들은 월급을 우선 평양으로 보낸 뒤 나중에 귀국해서 급여를 정산받는데 구체적인 절차나 방식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해외 친인척 송금도 상당액, 북중 교역규모는 크게 줄어

일본에 거주하는 60만명에 달하는 북한 후손들이 매년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송금하는 외화도 만만치 않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매년 20억~30억 달러가 일본에서 북한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으로 탈북한 사람들의 달러 송금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내 양각도호텔 등 외국인 관광객 방문도 외화 벌이에 일조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밖에 무기 거래나 위조 지폐, 위조 담배, 금 밀수 등을 통한 불법 외화 벌이도 북한의 달러 유치 수단으로 통한다.

한편 북중 교역도 북한의 외화 벌이 수단으로 빼놓을 수 없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북중 무역 규모는 63억6400만 달러로 이중 북한의 수입금액은 35억2300만달러, 수출금액은 28억4100만달러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으로는 7억달러 정도 무역수지 적자를 보인 것이다.

이 같은 북중 교역 규모는 지난해 큰 폭 낮아졌다. 지난해 1~11월 기준 북중 무역금액은 49억900달러다. 특히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22억7900만달러, 수입은 26억3000만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의 국내총생산 322억 달러(2014년 기준)의 15.4%에 해당한다. 한국개발연구원 이종규 연구위원은 "북한 내부의 국산품 애용 운동과 중국 경제 부진 등이 맞물리며 지난해 북중 교역 규모가 전에 없는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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