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코스닥 지수는 정확히 1년 전(602.24포인트)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지난해 7월1일에 기록한 고점(788.13) 대비로는 약 22.8%가 급락했다.
코스닥은 올 초까지도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 중국 경기 부진에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시장기반이 흔들리는 중이다.
특히 설 연휴 이후 급락장에서 코스피(4.5% 하락)에 비해 코스닥(11.9%)의 낙폭이 컸던 것은 가격부담에 신용거래 후폭풍, 취약한 거래기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일단 코스닥 대장주 그룹으로 자리잡은 바이오·제약주의 주가가 여전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총 1위인 셀트리온은 지난해 2월 5만500원에서 현재 10만원으로 약 2배 높은 가격이다. 바이로메드 역시 5만2100에서 14만7000원으로 약 3배가 올라 있고 코미팜은 8940원에서 3만400원이 됐다.
상승폭이 워낙 크다 보니 요즘 같은 하락장이 오면 차익매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코스닥은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 비중이 높다. 주가가 조금이라도 밀리면 뒤늦게 매수한 투자자들의 손절매가 나오고 이게 다시 주가하락으로 연결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돼 있다.
바이오·제약주와 지난해 코스닥을 이끌어 온 엔터테인먼트 관련기업들의 주가는 이미 하락해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7월 대비 32%, 파라다이스는 43% 급락했다. 소비가 부진하면서 GS홈쇼핑, CJ오쇼핑도 각각 19.8%, 16.2%가 미끄러졌다. 이들 종목은 심지어 1년 전보다도 주가가 더 떨어졌다.
유일한 주도주가 꺾이니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함께 악화된다. 삼성전자, 현대차, 한미약품, 아모레퍼시픽, 한국전력 등 실적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된 하락장의 '대안종목'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코스닥의 투자기반이 약한 배경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은 규모가 작다보니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클 수 있다"며 "현재 시기도 대형주 어닝시즌이 끝나고 중소형주들이 실적을 발표하는 상황이라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은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스닥에 비해 코스피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으나 좋지 않은 상황은 마찬가지다. 위험회피 국면이 확산되며 증시 전반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다. 최근 유럽 은행주의 주가는 2008년의 금융위기와 2012년의 부채위기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하락했고 도이체방크의 경우, 2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유가가 하락하고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주요 은행들이 보유한 파생상품이 빠르게 부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은행 부실 문제를 ‘정책’으로 막아왔으나 최근 시장은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이 잘 먹히지 않는 형태로 돌아섰다. 투자시장이 불안하고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엔화약세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안전자산인 엔화의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이례적인 현상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당분간 엔화강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시장을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위험자산을 늘릴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시각이 늘고 있다"며 "다만 유럽 재무장관회담(12일), EU 정상회담(18일), G20 재무장관회담에서 효과있는 대책이 나올 경우 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