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종합 관리대책 시행으로 지난 1일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시 소득심사가 한층 깐깐해지고 원금상환 부담도 커졌다. 은행권은 객관적인 소득 증빙을 통해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꼼꼼히 확인하고 주택구입자금 등 큰 금액의 대출은 처음부터 원리금을 분할 상환토록 했다.
특히 대출규제가 본격 시행된 이달 들어서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아예 감소세로 돌아섰다. 설 연휴 전인 지난 4일을 기준으로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월 말보다 1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예고된 대출규제 시행을 감안해 지난해 미리 대출을 받거나 다른 대출로 갈아탄 경우가 많아서라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대출 수요 감소와 함께 주택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0.23% 떨어졌고 같은 기간 서초구(-0.12%)와 송파구(-0.05%) 역시 값이 내렸다. 은행권의 여신심사 강화 이후 주택담보대출에 기댄 강남권 재건축 투자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데다 일부 저가 매물까지 시장에 나오면서 매매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구 개포동 인근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3개월 전만 하더라도 14억원에 거래되던 아파트가 비슷한 층인데도 12억~13억원으로 가격이 내려 급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소형 아파트도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가량 빠진 가격에 나오는데도 거래가 뜸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한번 얼어붙은 분위기가 설이 지났다고 바로 해동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에서 대출 규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예상보다 더 크게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설 이후 주택 분양이 본격화되는 것도 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2~3월 공급을 앞둔 아파트 물량은 총 6만2000여 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6% 늘어난 규모다.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분양 물량이 늘어나면 매매심리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시장에 재앙이 될 수 있다.
김은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공급과잉, 미분양 등으로 인한 불안 심리가 주택 거래를 한층 위축시킬 수 있다"며 "다만 전세난에 따른 매매수요가 일정 수준 가격을 떠받치고 있는 만큼 가격급락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