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남기고 추방...입주기업 "제품은커녕 옷도 못챙겨"

머니투데이 파주(경기)=김하늬 기자 2016.02.1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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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남측인원 9시55분부터 입경 시작... 통일부 "280명 전원 무사 귀환"

11일 밤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을 통해 귀환한 개성공단 기업 관계자들이 전화로 상황을 전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개성공단 남측인원을 추방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등 개성공단 폐쇄라는 조치를 취했다. 2016.2.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br>
11일 밤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을 통해 귀환한 개성공단 기업 관계자들이 전화로 상황을 전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개성공단 남측인원을 추방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등 개성공단 폐쇄라는 조치를 취했다. 2016.2.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1일 오후 10시 가까운 시간까지 짙은 어둠에 둘러싸인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개성공단에서 추방돼 내려오는 남측 차량과 인원들의 입경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다.



이날 오후 북한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에 대응해 5시(우리 시간 5시30분)까지 남측인원을 추방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등 개성공단 폐쇄라는 초강수를 뒀다.

9시 55분부터 1차 인원 100여명이 CIQ로 입경을 시작하면서 비로서 여기저기서 안도감이 표출됐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남측인력 280명 전원이 무사히 귀환했다고 밝혔다.



◇북 남측인력 추방 초강수...빈손으로 나온 입주기업들=이날 저녁 CIQ로 귀환한 신발제조업체 제이앤제이의 강성호 법인장은 "다 만들어 놓고 못 챙겨 온 신발만 수십억원어치다. 제품은커녕 내 옷도 다 못챙겨왔다. 당장 내일부터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납품해야하는 거래처에 배상까지 해야할 상황에 몰려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강 법인장은 "오후에 개성공단 관리위원회가 입주기업 관계자들을 소집한 뒤 북측의 추방 조치를 통지했다"며 "내일까지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가스, 전기 등을 밀봉하고, 사무실 정리를 먼저 하느라 산처럼 쌓여있던 제품들을 제대로 가져오지 못한 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강 법인장은 이어 "정부가 조금만 여유를 두고 알려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법인장은 남측인원의 입경 지연과 관련, "공장시설 봉인 등으로 입경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오전 입출경 순조롭게 진행...북 태도돌변에 입주기업 ‘날벼락’=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이후 첫날인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CIQ에서는 긴장감 속에서도 차량과 인원들의 출입경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오전 일찍부터 CIQ를 찾아 출경을 서둘렀다. 일부 입주기업 관계자는 “밤을 꼬박 지새우고 왔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굳은 표정으로 황급히 CIQ를 빠져나갔다.

오전 8시30분부터 남측 인원들과 차량들이 개성공단으로 출경했고 개성공단을 출발한 1차 입경인원 3명이 10시10분쯤 군사분계선을 무사히 통과해 CIQ에 도착했다.

5톤 화물트럭을 몰고 오전에 개성공단으로 출발한 신춘길 기사는 “개성공단 내 의류업체의 연락을 받고 제품을 실어나르기 위해 들어가는 길”이라며 “업체에서 미신고 물품 반출시 벌금(통상적으로 50달러)을 물더라도 개성에 있는 물건을 최대한 많이 싣고 와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오전 개성공단에 무장한 병력을 배치한 것이 개성공단 폐쇄라는 초강수의 전조가 아니었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설 연휴 동안 개성공단에 체류하다 입경한 부속의원 김수희 간호사는 “오늘 아침부터 무장한 군인들이 군용트럭을 타고 개성공단에 나타났다”며 “평소보다 군인의 이동이 많아졌고 총을 들고 침낭까지 메고 왔다갔다 하는 군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북한 근로자들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출근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 근로자들이) 대부분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어제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을 발표하며 오늘 출근해도 일이 없을 것 같다는 관리위 측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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