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 첫날, "벌금 내도 좋다, 많이만 싣고…"

머니투데이 파주(경기)=김하늬 기자 2016.02.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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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면중단]출경 기업들 "밤새 철수 준비"… 폐쇄 걱정에 "우려반 아쉬움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군사 도발에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중단에 따른 철수 첫날인 11일 오후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을 출발한 차량이 입경하고 있다.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군사 도발에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중단에 따른 철수 첫날인 11일 오후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을 출발한 차량이 입경하고 있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이후 첫날인 11일 오전 8시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는 적막감이 맴돌았다. 평소라면 닷새간의 설 연휴를 끝내고 공장을 다시 돌리기 위해 원·부자재와 초코파이 등 부식을 가득 실은 차량들이 개성공단으로 출경하기 위해 CIQ가 북적일 시간이지만 이날은 짐칸을 텅텅 비운 대형 물류 트럭들만 몰려들었다.

CIQ로 황급히 달려온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일부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밤을 꼬박 지새고 왔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굳은 표정으로 황급히 CIQ를 빠져나갔다.



이날 CIQ는 평소보다 한산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인원은 132명이다. 오전 8시 30분부터 남측 인력과 화물차량이 개성공단으로 출경했고, 북한은 별다른 조치 없이 이들의 출경을 승인했다. 이 중에는 김남식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을 포함한 개성공단 관리위원회 직원 13명이 개성공단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설 연휴를 개성공단에서 보낸 뒤 귀환하는 남측 인력도 일부 입경했다. CIQ에 따르면 오전 10시 4분경 개성공단을 출발한 1차 입경 인원 3명은 10시 10분께 군사분계선을 무사히 통과한 뒤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CIQ에서 개성공단까지는 약 2㎞ 거리다. 이날 입경한 인원은 화물차 운전자를 포함해 68명이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군사 도발에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중단에 따른 철수 첫날인 11일 오후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을 출발한 차량이 입경하고 있다.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군사 도발에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중단에 따른 철수 첫날인 11일 오후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을 출발한 차량이 입경하고 있다.
◇"벌금 내도 좋다. 최대한 많이 싣고 내려와야 한다"="북측 근로자들이 한 명도 출근하지 않아서 철수 작업을 주재원 한 두 명이 다 해야 한다. 큰일 났다."

이날 오전 개성공단으로 향한 의류업체 서한섬유의 노병문 공장장은 "정부가 사전에 어떠한 말도 없이 갑자기 전면 중단을 통보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막막하다"며 "우리 회사 생산량의 70%가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지고 있어 가동 중단이 장기화되면 회사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한섬유의 북측 근로자는 290명이다.

5톤 화물트럭을 몰고 개성공단으로 향한 신춘길 기사는 "개성공단 내 의류업체의 연락을 받고 제품을 실어 나르기 위해 들어가는 길"이라며 "업체에서 미신고 물품 반출 시 벌금(통상적으로 50달러)을 물더라도 개성에 있는 물건을 최대한 많이 싣고 와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 개성공단이 터를 닦을 때부터 개성을 수백번 오갔다는 신 기사는 "박왕자 사건, 연평도 포격 등 주요 고비를 다 겪어 봤고, 2013년 첫 가동 중단 때는 곧 풀리겠지 하는 일말의 기대라도 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대로 끝나버리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北 세관원 "나중에 또 한 번 봅시다"...귀환 인력들 "우려 반, 아쉬움 반"= 이날 오전 한 때 개성공단에 무장한 북한 병력이 일부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긴장감을 고조되기도 했다.

설 연휴 기간 동안 개성공단에 체류하다 이날 오전 10시 34분경 도라산 남북입국사무소를 통해 입경한 부속의원 김수희 간호사는 "오늘 아침부터 무장한 군인들이 군용 트럭을 타고 개성공단에 나타났다"며 "평소보다 군인의 이동이 많아졌고, 총을 들고, 침낭까지 메고 왔다갔다 하는 군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김 간호사는 "입경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을 때도 뒤쪽에 군인들이 많이 이동해 있었다"며 "예전엔 (무장한 군인이) 없었는데 오늘은 군인들이 총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북한이 남측 인력의 귀환을 막는 등의 강경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며 "다만 북측 근로자들을 출근시키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CIQ를 통해 입경한 또 다른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는 "어제 밤부터 오늘 오전까지 개성공단은 일제히 짐을 빼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며 "제품을 반출하는 것에 북한 측에서 별다른 제재를 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를 타고 개성공단을 빠져나올 때 북한 세관원이 '나중에 또 한 번 봅시다'고 말하더라"고 덧붙였다.

11일 오전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기업 관계들이 출경하고 있다.11일 오전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기업 관계들이 출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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