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명절 끝난 후 돌아온 건… 부부싸움과 손목 염증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16.02.1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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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적 갈등 주제 피하고 명절 전부터 부부 대화 많이 해야"

긴 명절 끝난 후 돌아온 건… 부부싸움과 손목 염증


#맏며느리인 A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계속해서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렸다. 차례상 준비에 손님 맞이, 설거지까지 모두가 A씨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고있는 A씨는 남편과 비슷한 수준의 돈을 벌고 전세자금대출도 부부가 함께 갚고 있기 때문에 가사 노동 역시 동등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댁은 물론 남편까지 명절엔 A씨만 일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남편은 집에만 가면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잠을 자는게 일이었다.



A씨는 2박3일간 고된 일을 한 탓에 손목 통증과 어깨 결림까지 얻었다. 남은 연휴동안에는 친정에서 보상(?)받고 싶었지만 그 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친정에 간 남편이 계속 쭈뼛거리며 집에 가고 싶다는 사인을 보냈기 때문이다. 결국 일찍 일어나 집에 돌아왔지만 남편에 대한 미움은 나아지지 않았다.

남편 B씨 역시 명절이라고 마음이 편한건 아니다. 명절 때만되면 신경이 곤두서는 아내의 기분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일을 도우려고 해도 어머니 눈치를 보게 되기 때문에 가정의 평화를 위해 그냥 누워 있기를 선택한 것이다. 사정을 모르는 아내는 자꾸 신경질적인 반응만 보여 결국엔 또 다투게 됐다. 연휴 내내 가시방석이었으니 출근 전 남은 휴일은 쉬고 싶었다. 연휴는 끝나가는데 집에 돌아와서도 아내는 냉전을 이어간다.



긴 설 연휴가 끝났지만 명절 동안 받은 스트레스로 여전히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명절 증후군은 명절을 보내면서 생긴 스트레스로 인해 남녀 모두에게 발생하는 정신·육체적인 증상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심한 부담감과 피로감이다. 통상 여성들이 차례 음식 장만과 뒷처리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두통과 소화불량, 답답증 등을 호소한다. 이런 증상들이 심해지면 불면증과 호흡곤란, 위염증, 몸살 등을 동반하고 우울증까지 걸릴 수 있다.

육체적으로는 반복적이고 긴 시간 이어지는 가사노동으로 인해 손목 인대가 붓고 저리거나 마비되는 '손목터널 증후군', 어깨나 팔꿈치에 통증이 생기는 '어깨충돌증후군'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남성의 경우 장거리 운전을 했을 때 멀미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명절 증후군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명절증후군은 2차적으로 가족간 불화까지 유발한다. 실제로 명절 이후 이혼소송은 급증하는데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다음달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은 3539건으로 전 달에 비해 39.3% 늘었다.

2014년에도 설 연휴 다음달 접수된 이혼소송은 3529건으로 전달보다 14.7%가 증가했다. 최근에는 취업이나 결혼, 생활고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이들이 명절을 전후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명절 연휴 전부터 가족간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차병원 관계자는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이들의 진학, 성적 문제 등이나 경제력이나 직업 등의 비교 또는 경쟁적 갈등의 소지가 있는 주제는 피하는게 좋다"며 "부부들의 경우 명절 전부터 남편이 해야 할 일을 아내와 충분히 상의해 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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