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투자했다 망했어요" 2008년 데자뷔?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6.02.14 09:00
글자크기

[행동재무학]<128>인사이트펀드 투자 실패의 악몽 재연되나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설 연휴 동안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어요.ㅠ 해외주식에 투자했다 완전 망했어요.ㅠㅠ”

설 연휴가 끝난 뒤 50대의 한 지인에게서 해외주식에 투자했다가 완전 망했다는 카톡 메시지와 함께 울상 이모티콘이 날아 왔습니다. 그는 글로벌 증시 폭락 소식에 연휴 내내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가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해외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과거 인사이트펀드 투자 실패의 악몽을 떠올리며 해외투자가 이런 식으로 또 배신을 때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해외주식의 배신의 역사는 2007년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인사이트펀드는 그 당시 해외주식 펀드 가입 열풍 속에 출시 한 달 만에 4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 모았습니다. 여러 증권사와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인사이트펀드 광고 현수막을 내걸고 해외주식 펀드 열기에 부채질을 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고 인사이트펀드는 출시 1년 만에 수익률이 반토막이 나버렸습니다. 급기야 2009년에는 손실률이 -56%에 달했습니다.



참다 못한 투자자들은 환매에 나섰고 다들 엄청난 원금 손실을 입었습니다. 인사이트펀드는 2014년 말에 가서 겨우 원금을 회복했지만 투자자들의 마음 속에 깊이 박힌 원망을 지울 순 없었습니다.

인사이트펀드 투자 실패를 바라본 국내 투자자들은 이후 해외주식 투자에 대해 등을 돌렸고 해외주식 펀드 설정액은 꾸준히 줄어들었습니다. 인사이트펀드가 안겨 준 배신감이 너무나 컸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여러 증권사들이 앞다투어 '이제는 해외투자다!', '이제는 글로벌 분산투자시대' 등의 구호를 내걸며 다시금 해외주식 투자의 불을 지피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경제가 과거와 같은 고성장이 어려워지고 저성장·저금리 상황이 지속될 거란 점이 부각되면서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보다는 밖으로 눈을 돌리는 게 현명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수년간 박스권에 갇힌 국내 주식시장도 해외주식 투자를 부추기는데 한 몫을 했구요.

그래서 그런 걸까요? 국내 투자자들이 다시 해외주식 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악몽을 떨쳐 버린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해외주식 펀드(주식형) 설정액은 7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멈추고 증가했습니다. 인사이트펀드 실패 후 처음있는 일이었습니다.

지난해말 해외주식 펀드(주식형) 설정액은 17조8348억원으로 직전연도말에 비해 약 1조9000억원 늘어났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자금이 꾸준히 유입돼 지난 5일까지 약 3200억원이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해외주식 계좌를 통한 직접 투자가 용이해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주식 투자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홍콩 유럽 미국 등 글로벌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로도 수백조원의 자금이 몰렸습니다.

2007년과 같은 열풍이 불면서 해외주식 투자는 지난해 자산관리의 키워드가 됐습니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 걸까요? 2007년 해외투자 펀드 가입 열풍이 분 바로 그 다음해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마치 2008년 데자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중국 상하이 증시는 올들어 첫 주에 두 번이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지난주 춘절 연휴 전까지 무려 22%나 폭락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홍콩 증시도 동반 하락을 면치 못했는데, 특히 최근 녹인(knock-in) 구간에 접어들면서 ELS(주가연계증권) 원금 손실 우려를 불러 일으킨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는 올해에만 22%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증시는 설 연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니케이225지수는 최근 5일간 무려 11% 하락하며 올해 모두 21% 폭락했습니다. 유럽과 미국 증시도 예외는 아닙니다. EuroStoxx50지수는 16% 떨어졌고 미국의 S&P500지수는 9% 하락했습니다. 이들 모두 올들어 한달 보름 만에 기록한 하락률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해외주식 투자에 나섰던 이들은 인사이트펀드 투자 실패의 악몽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해외주식은 국내 투자자들과 좋은 인연을 맺기가 싫은가 봅니다. 정말 악연이 따로 없습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자료=금융투자협회,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