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밖 과학]올해는 UN이 정한 '콩의 해'…"콩이 지구를 살린다"

머니투데이 김형근 객원기자 2016.01.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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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지속가능 미래를 위한 필수 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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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밖 과학]올해는 UN이 정한 '콩의 해'…"콩이 지구를 살린다"


작년 11월 10일 UN은 2016년을 '콩의 해'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산하 기관인 식량농업기구(FAO)를 통해서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영양가 높은 곡물'이 슬로건이었다. 콩을 뜻하는 영어 'pulse'는 라틴어의 'puls', 또는 'pultis'에서 유래 했다. '두꺼운 죽(thick soup)'이라는 의미다.



◇우수한 영양 곡물, 그러나 중요성 잊혀지고 있어

다 시우바(José Graziano da Silva) FAO 사무총장은 '콩의 해'로 지정한 배경에 대해 "콩은 세계 많은 사람들의 식량안보에 중요한 곡물이다. 특히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에서 영양 곡물로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소작농에게 커다란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총장은 이어 "수세기 동안 인류의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콩의 중요성이 인식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과소평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콩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더불어 환경과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인식시키기 위해 '콩의 해'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반기문 UN사무총장도 연설문을 통해 "콩은 여전히 인류에게 중요한 작물이며 특히 질소를 고정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콩과 함께 풍요로운 미래를 열어 가자"고 역설했다.

◇UN 3년 계속해서 농업 관련 해로 지정

UN은 2014년을 '가족농업의 해', 2015년을 '토양의 해' 등 3년 연속 농업 관련 국제의 해를 지정하고 있다. 걸출한 주제를 떠나 농업과 작물에 국한에서 결정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농업이 상당히 중요한 분야이며 기후온난화도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부분 생각하는 콩은 대두(soybean)이다. 그러나 UN이 정한 ‘콩의 해’에서 펄스(pulses)는 모든 종류의 콩을 아우르는 용어다. 콩의 종류는 1300가지가 넘는다. UN이 올해를 '콩의 해'로 지정한 이유는 콩이 식량안보적 측면에서, 그리고 영양학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콩은 주요 식량작물 중 하나로 단백질 및 주요 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그 외에도 복합탄수화물·비타민·무기질의 원천이다. 특히 인류의 식물성 단백질 주요 공급원으로서 식량안보에 있어 핵심적인 작물로 평가 받는다.

게다가 콩은 질소를 고정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은 토양의 비옥도를 높이고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일반인들이 이러한 콩의 중요성을 더 많이 인식하게 하는 것이 올해를 ‘세계 콩의 해’로 지정한 목적이라고 UN은 설명하고 있다.

◇인구증가 문제에 중요한 해결책

UN이 '콩의 해'로 지정한 이유는 무엇보다 가뭄에 강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종류의 콩들이 있지만 대상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건기 곡물(dry grain)로 제한했다.

'밭에서 나는 단백질'인 콩의 재배 면적은 날이 갈수록 줄어 들고 있다. 미국의 농업자원 경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콩, 옥수수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결과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미국 콩 수확량이 최대 82%까지 격감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콩 재배면적은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콩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6.7%로 감소했고, 2015년에도 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2050년이면 세계 인구는 90억 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FAO는 이러한 인구 증가에 대비하려면 2050년까지 식량을 60% 증산해야 대규모 영양실조를 면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더구나 경작할 토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식량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토지 대부분이 이미 다른 용도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산등성이나 사막, 남극대륙만 남았다. 농토를 만들기 위해 산림을 베어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지구 온난화의 정도는 더욱 심각해진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의 대표적인 국가이다.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OECD는 세계 인구는 앞으로 반세기 동안 현재 인구 60억에서 30억 명 증가해 2050년이 되면 93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보고서는 2050년이면 '지구 인구 100억 명'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OECD는 "그때가 되면 먹을 것, 물, 에너지, 그리고 주거지와 농경지 부족으로 대단한 혼란에 빠질 것이며 이는 하나의 재앙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구 증가가 개발도상국이 모여 있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전했다. 개발도상국에서 인구증가에 따른 필요한 곡물도 1990년대 9억7천만 톤에서 2010년에는 15억 톤을 넘어섰다.

거주지 증가는 새로운 건강 문제도 초래한다. 댐이나 관개시설의 증가로 말라리아가 증가했다. 그리고 주혈흡충병(schistosomiasis)도 다시 나타나 인간을 괴롭히고 있다. 또한 살 곳을 찾아 숲으로 들어간 사람에게는 이제까지 알려져 있지 않았던 새로운 미생물에 의한 질병도 나타나고 있다.

인구 증가는 무분별한 산림훼손으로 이어지고 에너지 소비량도 증가시킨다. 이로 인한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뚜렷하게 통제할 방법이 없다. 이에 UN이 내놓은 고육지책이 '콩의 해'다. '두꺼운 죽'의 콩은 앞으로 우리를 배불려줄, 그래서 지구촌을 살릴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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