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 나온 고양이, 뼈에 아무런 효과 없습니다"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16.01.15 18:18
글자크기

[길냥이 잔혹사 ④]"길고양이, 기생충·바이러스 감염 노출 커…오히려 부작용 초래할수도"

식사하는 고양이 모습. /사진=뉴스1식사하는 고양이 모습. /사진=뉴스1


#오래 전부터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던 A씨는 계속된 치료에도 증상이 심각해졌다. 주변에선 관절에는 고양이가 좋다는 옛말이 있다며 그에게 고양이를 고아 만든 일명, '나비탕'을 추천하기도 했다. 혹시나 해서 찾은 건강원에선 앞으로 10마리만 고아 먹으면 효과가 즉시 나타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길 고양이를 잡아 팔아넘긴 20대 남성과 이를 도축해 생고기로 유통시킨 건강원 업주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이 잡아들인 고양이는 1마리당 1만5000원에 건강원에 판매됐고 건강원 업주는 이를 불법 도축한 후 1마리당 2만5000원에 판매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오랜 치료 기간에 지쳐 질병에 좋다는 여러 민간요법에 빠져든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고양이 고기다.



고양이가 담벼락이나 지붕에서도 사뿐히 뛰어내리는 것을 보고 이를 먹으면 사람의 관절도 좋아질 것이란 잘못된 믿음에서 생긴 민간요법이다.

사실 이같은 믿음에 힘을 실어 준 것이 옛 의학서적인 동의보감이다. 조선시대 허준이 지은 의서로 유명한 동의보감에는 고양이 고기에 대해 '성질이 약간 차고 맛이 달면서 시다. 노채, 골증열, 담이 성한 것과 치루를 치료하는데 국을 끓여서 빈속에 먹는다. 빛이 검은 것이 더 좋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여기서 나온 '골증열'이라는 단어가 '뼈'를 의미한다는 검증되지 않은 소문 때문에 적지 않은 환자들이 고양이 고기를 찾았고 수요를 맞추기 위해 길고양이를 포획·유통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실제로 대한류마티스학회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기 전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1년 이상 의지한 환자들은 전체 중 38.7%에 달할 정도로 큰 비율을 차지했다. 전문의 치료를 받으면서 민간요법을 진행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비율은 더 높아진다.

하지만 현대 의학에선 고양이 효능을 인정하지 않는다. 동의보감에 나온 '골증열'이란 단어도 실제로 뼈와 관련이 없고 '뼈까지 찌는 듯한 더위'를 뜻한다. 앞서 류마티스 학회에선 고양이를 절대 약용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류마티스 학회 관계자는 "고양이 고기는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며 "특히 길 고양이의 경우 기생충이나 바이러스 병균 등 감염 우려가 높아 자칫 근육 퇴화나 간질, 경련, 마비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