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서 5000만원이라던 '은마'…"강남 '빅3' 따로 있었다"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15.12.2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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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압구정 현대·잠실 아시아선수촌·서초 삼풍 등이 고급아파트 트로이카 체제

1979년 준공당시 모습./자료=강남구향도문화전자대전1979년 준공당시 모습./자료=강남구향도문화전자대전


"생돈 5000만원을 뭐 한다고 은행에 처박아 놓습니까. 은행이자가 15%밖에 안되는데 택이 아빠, 아파트 하나 사이소."

"강남에서 제일 잘 나가는 아파트. 그 뭐라더라. 아 은마아파트. 은마아파트 그게 한 5000만원 정도 한다더라."

"미쳤는가보다. 무슨 아파트가 5000만원이나 하노."



최근 화제의 중심에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선 극중 바둑기사 최택의 아버지에게 이웃들이 우승 상금 5000만원으로 은마아파트를 사라고 조언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도 은마아파트는 1980년대 후반 고급아파트의 상징이었을까. 같은 해 나온 신문 기사에선 은마아파트를 소개하는 내용이 사뭇 다르다.



"낡은 아파트인 은마아파트(1979년 입주)는 내부구조가 불편하고 상가가 한쪽에 치우쳐 있는 등 동배치의 불균형으로 이곳에서는 인기가 없는 편. 가격도 우성 등에 비해 약 3000만원(102㎡ 기준·이하 공급면적) 싸다."

당시 은마아파트 매매호가는 102㎡가 6500만~7500만원, 112㎡가 7500만~8500만원 수준. 다른 신문들도 은마아파트를 서민·중산층 아파트로 소개했다.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그렇다면 1980년대 후반 고급 명문아파트를 주도한 단지는 어디였을까. 당시 준공 후 10년 넘게 고급아파트라는 명성을 독점해온 곳은 '압구정 현대'다. 당시 이 아파트 109㎡는 2억6000만~3억원, 115㎡는 3억6000만~3억7000만원 선이다.


171㎡는 3억7000만~3억8000만원으로 3.3㎡ 당 평균 700만원이 넘었다. 대형(264㎡) 로열층은 7억5000만원을 호가해 3.3㎡당 940만원에 달했다. 입주자 대부분은 기업체 사장이었다.

이어 1986년과 1988년 각각 입주한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과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 등이 고급아파트로 부상하면서 강남 명문아파트 트로이카 체제가 구축됐다.

1984년 분양한 아시아선수촌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34만원 정도. 주택형과 층수에 따라 웃돈이 4000만~7000만원까지 붙어 거래됐다. 주택형에 따라 3.3㎡당 70만~80만원의 기부금을 써야 당첨이 가능했다. 인기 주택형은 120만원이 넘었다고 알려졌다.

1986년 분양한 서초 삼풍은 3.3㎡당 평균 분양가가 112㎡ 125만8000원, 165㎡·204㎡·211㎡ 등이 133만원이었다. 아시아선수촌은 아시아공원과 종합운동장이, 삼풍은 법원 등 업무시설을 배경으로 의사·판사·변호사·검사 등이 모여 살았다.

입주가 시작되면서 아시아선수촌과 서초 삼풍 매매가는 3.3㎡당 600만~800만원선까지 뛰었다. 서초 삼풍 112㎡는 2억7000만~3억2000만원대, 아시아선수촌은 125㎡ 시세는 3억8000만~4억3000만원대로 3.3㎡당 1000만원을 넘기도 했다. 로열층 대형은 5억원 이상 호가했다.

물론 투자적 시각으로 봤을 때 당시 택이네가 은마아파트를 샀다면 지금은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은마의 현재 호가는 102㎡가 9억원 후반에서 10억원 선, 112㎡는 11억원대. 이는 서초 삼풍(112㎡ 10억500만원), 아시아선수촌(125㎡ 13억1000만원), 압구정 현대(109㎡ 12억4000만원) 등의 매매 호가와 비슷하다.

재건축 사업도 속도도 은마가 가장 빠르다. 최근 단지 내 폭 15m 도로 폐지안이 조건부로 통과되고 지난 4일엔 정비계획안을 강남구청에 접수했다.

반면 압구정 현대는 지난해에야 안전진단 심의를 통과하고 내년 상반기 추진위원회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풍아파트나 아시아선수촌은 아직 안전진단도 거치지 않아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게 각 자치구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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