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해외 데모데이 본 적 없다"

머니투데이 허정민 인턴기자 2015.12.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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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안세민 라쿠텐벤처스 매니징파트너

안세민 라쿠텐벤처스 매니징파트너/사진=허정민 인턴기자안세민 라쿠텐벤처스 매니징파트너/사진=허정민 인턴기자


"솔직히 말해서 여태까지 제대로 된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데모데이를 본 적이 없어요."

그동안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데모데이를 지켜봐 온 안세민 라쿠텐벤처스 매니징파트너(32)는 18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요즘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 데모데이에서 피칭을 많이 하지만 제대로 된 목적을 가지고 발표하는 이들이 없다"고 지적했다.

안 파트너는 아시아태평양, 미국, 이스라엘 지역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1000억원 벤처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의 라쿠텐벤처스를 총괄 운용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있는 라쿠텐벤처스는 현재 미국 5곳, 싱가포르 3곳, 한국 1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지난 주 한국을 방문한 안 파트너는 16일 서울 구글 캠퍼스에서 '라쿠텐벤처스 투자 간담회'를 열어 100여명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과 질의응답을 하며 라쿠텐벤처스 투자 방향, 투자 심의 과정을 설명하는 등 소통의 장을 가지기도 했다.

다음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안세민 매니징파트너와의 일문일답.



-최근 들어 해외 VC에게 투자받기 위해 해외 데모데이 나가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많은데 이를 부정적으로 보나?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해외 VC(벤처캐피털) 앞에서 피칭하고 결과를 받아보면 현지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국외 시장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고 관련 경험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도움되는 부분은 확실히 있다.

그러나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 나가 데모데이를 했을 때 투자 유치를 이뤄낸 업체는 본 적이 없다. 이는 대부분 스타트업 대표들이 피칭 목적도 잘 이해 못한 채 발표를 하기 때문이다. 그 나라의 스타트업 동향이 있는데 이를 분석도 하지 않고 무작정 피칭만 하니 현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다.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스타트업이 해외 데모데이에서 피칭할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이 나라에서 왜 피칭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예컨대 "이러한 협회에서 이러한 투자자가 왔으니 이러한 피칭을 해야겠다"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국내 스타트업은 대부분 협회나 기관에 끌려와서 피칭을 한다. 그래서 비행기 티켓 주고 호텔비 주니까 마냥 '열심히'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니 발표 목적을 이해 못한다. 비효율적이다. 그 나라에 흐르는 스타트업 동향이 분명히 있다. 현지 투자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등을 분석한 후 정확한 목적을 두고 피칭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유치를 좀 더 효율적으로 시도하는 방법이 있나?

▷투자사의 성향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VC들은 무작위로 투자하지 않는다. 각자 가지고 있는 투자 성향과 방향이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투자를 한다. 따라서 "내 회사가 이 투자사 성향에 맞을까"하는 답변은 그 투자사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다. 자기 사업 분야 안에 있는 투자자를 찾으면 피칭도 효율적이다.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투자자는 PPT(파워포인트) 슬라이드 3개만 봐도 사업 내용을 단번에 이해하기 때문이다.

-라쿠텐벤처스는 국·내외 포함해서 총 9군데를 투자했지만 한국은 단 한 군데뿐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 군데지만 1000억원 운용자금의 10퍼센트를 투자하니 결코 작은 단위는 아니다. 단지 라쿠텐벤처스 투자 성향에 딱 맞는 기업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라쿠텐벤처스가 투자한 한국 스타트업 이스트몹(ESTmob)이 개발한 샌드 애니웨어(Send Anywhere)앱은 우리 투자 성향과 잘 맞아떨어진 좋은 예다. 샌드 애니웨어는 앱만 설치하면 공유할 파일을 클라우드에 올리고 업데이트까지 기다려야 할 필요 없이 바로 타인과 파일 공유가 가능한 앱이다. 이는 소비자가 원하는 목적(파일공유)을 최대한 빨리 달성시키는 핵심 효용성(critical utility) 기술이다. 이만한 기술을 가진 만족할 만한 스타트업을 국내에서 많이 보지 못했을 뿐이다.

-한국 스타트업 동향은 어떻게 보나?

▷15년 전 컴퓨터로 이용했던 온라인 전자상거래 같은 것들이 모두 모바일로 옮겨가는 추세다. 뭐든 모바일로 이뤄내려고 하고 있다. 비단 한국뿐 아닌 미국 포함 다른 국가도 다 마찬가지다. 예전에 한번 일어났던 산업 사이클이 모바일로 들어가 소비자의 지갑을 다시 열고 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스타트업 동향은 모바일 소비(mobile consumption)로 흘러가고 있다.

-향후 투자 계획 어떻게 되나?

▷내년에 한국 스타트업 2군데 정도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 스타트업 동향이나 외부 환경에 따라 투자 분야도 달라지겠지만 핵심 효용성 기술처럼 솔루션 제공하는 IT기술 분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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