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주식 운세, "Fed에 맞서지 마라"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5.12.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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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21>"금리 인상하면 증시 하락…주식 멀리하라"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금리를 낮추면 증시가 상승하고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증시는 떨어진다. Fed에 맞서지 마라(Don’t fight the Fed)."

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이며 투자 예측가인 마티 즈와이그(Marty Zweig)가 월가에서 본격적인 투자 활동을 하기 전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입버릇처럼 하던 말은 "Fed에 맞서지 마라"는 거였다. 그 이후 이 말은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증시 격언이 됐다.



"Fed에 맞서지 마라"는 주식시장의 방향이 중앙은행의 금리정책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니 주식투자를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방향에 맞춰 해야지 거슬러 해서는 안된다는 충고다.

즉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면 차입비용이 낮아져 기업의 투자가 늘고 가계의 소비가 늘어 기업이익은 증대된다. 당연히 주가는 오르게 되므로 주식투자를 늘려야 한다. 자신의 위험 기피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투자금 전부를 주식에 몰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게 되면 기업과 가계의 투자 및 소비가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기업이익은 감소해 주가는 하락한다. 따라서 주식투자를 줄이거나 아예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모두 빼야 한다.

돈을 잃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즈와이그는 심지어 증시 하락기(베어마켓)에는 어떠한 우량기업의 주식도 보유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증시 하락기엔 우량주도 주가가 떨어져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펜(UPenn) 와튼(Wharton) 경영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포커 게임을 즐겼던 즈와이그가 나중에 포커를 그만 둔 이유도 다름아닌 돈을 잃는 게 정말 싫었기 때문이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즈와이그는 증시 역사상 하루 최대 하락률(-22.6%)을 기록해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라 불린 '1987년 대폭락'을 정확히 예측한 사람으로 더욱 유명세를 얻었다. 1987년 증시 대폭락은 월요일에 일어났는데 즈와이그는 바로 그 전주 금요일 저녁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나와서 증시 폭락을 예측했다. 물론 증시 역사상 최악의 폭락까지 예측한 건 아니었지만 투자 예측가로서의 그의 명성은 이 사건 이후 더욱 빛나게 됐다.


실제로 그는 블랙 먼데이(10월19일)가 일어나기 전 여름부터 증시 하락을 예측하고 풋(put) 옵션에 투자해 그해 큰 수익을 거두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은 9년6개월만에 처음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했다. 그리고 내년에 경제 상황을 봐 가며 추가로 4번 정도 금리인상(1% 포인트)을 단행할 것임을 내비쳤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금리인상 결정을 두고 그동안 주식시장에 잠재해 있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안도 랠리가 도래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실제로 금리인상이 발표된 당일 증시는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가 29.66포인트(1.45%) 가량 급등하며 금리인상을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17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S&P500지수가 31.18포인트(-1.5%) 하락하며 전일 상승폭을 고스란히 반납했고 18일(현지시간)에도 하락이 이어져 S&P500지수가 36.34포인트(-1.8%) 급락, 사람들의 낙관적인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람들은 최근 미국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유가이고 17일과 18일 증시 하락의 주원인도 유가 하락 때문이었다며 금리인상의 영향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Fed가 내년에 경제상황을 봐 가면서 완만하게 금리를 올릴 것이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속도의 문제이지 Fed의 금리정책은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음을 망각해선 안된다. 미국 증권방송 CNBC의 매드머니(Mad Money)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Jim Cramer)도 Fed의 금리인상 발표 후 안도랠리를 전망하는 낙관자들에게 즈와이그의 "Fed에 맞서지 마라"는 유명한 말을 상기시키며 금리인상의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였던 자신을 주식투자에 발을 들여 놓게 만든 사람이 즈와이그였다며 금리가 오르는 시기엔 절대로 공격적으로 주식투자를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지난 9년6개월간 Fed가 금리를 한번도 인상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30대~40대 초반의 주식 투자자들은 "Fed에 맞서지 마라"는 증시 격언을 한쪽으로만 경험한 사람들이다. 즉 금리를 내릴 때 증시가 오른다는 사실만 경험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금리를 올릴 때 증시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말로만 들었을 뿐이지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금리인상의 영향을 한쪽만 안다.

이제 즈와이그의 "Fed에 맞서지 마라"는 충고의 또 다른 한 면이 진행 중이다. 즈와이그는 증시 하락기엔 우량주도 보유하지 마라고 충고했을 정도로 금리인상의 영향을 경고했다. 그는 주식투자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위험을 잘 관리하고 가급적 멀리해서 돈을 잃지 않는 것이지 조그만 확률에 기대어 베팅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아니라고 설교했다.

새해 병신년이 다가오면서 새해 운세를 보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이를 진짜 믿기 보다는 안 좋다는 것들을 피하기 위해서 본다. 그래서 누군가 2016 주식 운세를 묻는다면 그 대답은 당연히 "Fed에 맞서지 마라"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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