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장학생' 뿌리친 31세 청년, 13년만에 상장한 비결은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5.12.02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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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모닝 CEO]최혁 인포마크 대표 "정도경영 바탕, 웨어러블 강소기업 될것"

편집자주 꿈을 향해 도전하는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회사도 소개받고 비전도 공유하는 인(人)터뷰를 시작합니다. 회사의 내용과 비전을 공유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2002년 회사를 설립하기 직전만 해도 그는 서울대 전자공학 박사취득을 앞둔 31세 무직 젊은이였다. 학창시절 삼성그룹이 제공한 장학금 2500만원도 부모님 돈으로 갚았다. 지난 9월 코스닥에 상장한 인포마크 (4,780원 ▲110 +2.36%)의 최혁 대표(44·사진)는 "무모했지만 낙관적이었기에 가능했던 도전"이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첫 사업아이템인 정보보호 소프트웨어는 이내 실패했다. 차기작인 동영상 코덱 프로그램사업이나 DMB(디지털멀티미디어 방송) 단말기 사업에서도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초기 자본금이 바닥이 난 데다 동료가 직원들을 대거 데리고 이탈하는 시련도 있었다.

"이번에도 안되면 사업을 접겠다"는 각오로 진출한 사업이 4세대(4G) 무선통신 단말사업이었다. 마침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재무적 투자자로 참가하며 자금의 숨통도 트였다.



최혁 인포마크 대표/사진제공=인포마크최혁 인포마크 대표/사진제공=인포마크


마침내 2009년 인포마크는 와이맥스(일명 '와이브로') 방식으로는 세계 최초로 주머니에 넣고 무선통신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모바일 라우터'를 출시했다. KT에서 '에그'(Egg)라는 브랜드로 출시한 제품이다. 인포마크의 모바일 라우터는 국내의 KT 뿐 아니라 전 세계 30개국 44개 사업자에 250만대 이상 판매됐고 2011년에는 '3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인포마크에 재도약의 계기를 제공한 '키즈폰'은 우연한 기회에 탄생했다. 2013년 말 당시 고객사 중 한 곳인 SK텔레콤 관계자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통신제품을 출시해야 하는데 효과가 없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작은 막대기(Bar) 형태의 아동용 특수목적 폰에 대한 반응이 시원찮았다는 얘기였다.

최 대표는 전속 디자인업체와 시계형 스마트폰의 시제품을 만들어 지난해 3월 SK텔레콤에 제안했고 불과 4개월만에 출시에 성공했다. 아이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GPS기능 뿐 아니라 통화, 메시지 기능까지 갖춘 예쁜 디자인의 시계형 키즈폰은 당시까지 애플이나 구글, 삼성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웨어러블 시장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대표는 "돈을 벌기 위한 아이템이기도 했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사명감이 작업과정 전반에 신바람을 불어넣었다"며 "처음 아이템 회의를 시작한지 불과 10개월만에 제품이 출시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키즈폰과 모바일 라우터는 인포마크의 주요 수익원이다. 올해 3분기까지 인포마크 전체 매출에서 키즈폰과 모바일 라우터의 비중은 각각 42%, 55%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국내시장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인포마크의 성장성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낸다.

이에 최 대표는 "모바일 라우터든 키즈폰이든 통신업체와 제휴해 제품을 공급한다는 점에서는 같다"며 "이미 라우터로 44개 사업체에 진출한 성과가 있기 때문에 키즈폰 아이템을 추가로 제안해 수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이미 옛 기술로 폄하되는 와이맥스 라우터가 곧 803만달러 규모로 중동지역에 수출된다"며 "해외 각국의 통신인프라 수준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꾸준히 해외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국내에서는 키즈폰 시장이 협소하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도 곧 나타난다"며 "가입자 수 기준으로 세계 3위이자 유럽·남미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텔레포니카와 인도네시아 2위 통신사인 인도셋으로 제품을 납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SK텔레콤 기반의 키즈폰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키즈폰 해외판로를 텔레포니카, 인도셋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국가별 통신기술과 시장여건을 감안한 맞춤형 제품을 통해 해외진출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이전에 없던 웨어러블 기기시장을 개척한 후 웨어러블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대표기업이 되고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며 "세계최초로 에그를, 국내 최초로 키즈폰을 내놓은 디자인 능력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웨어러블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한 때 투자를 제안한 모 인사가 '정도(正道)만 걸으면 사업을 키우기 어렵다'고 충고한 적이 있지만 우직하게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일궈왔다"며 "시장이 필요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좋은 기업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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