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토종 속옷업체, '비비안' 이어 '비너스'도 자산 매각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2015.12.0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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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브랜드 및 SPA 진출로 속옷 시장 경쟁 격화… 재무구조 개선, 자산운용 효율 위한 매각

무너지는 토종 속옷업체, '비비안' 이어 '비너스'도 자산 매각


해외 브랜드 및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업체들의 국내 진출로 속옷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여성 속옷 브랜드들이 잇따라 자산매각에 나섰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자산 운용 및 사업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신영와코루는 1일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건물 및 토지를 211억원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건물은 신영와코루가 임대업 용도로 사용하던 건물로 한일이앤아이가 매입했다. 처분금액은 자산총액 대비 7.02% 수준이다.



신영와코루는 자산처분에 대해 "자산 운용 및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신영와코루는 1954년 설립된 이래 브랜드 '비너스' 사업을 전개해 온 토종 속옷 기업이다. 8개 비상장 계열사를 두고 있지만 2개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스타킹, 봉제, 원단 사업 등 속옷 관련 사업체다. '비너스' '와코루' '솔브'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자산처분은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비주력사업 부문 자산을 슬림화해 재무 및 사업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다. 2014년 기준 신영와코루 매출의 대부분은 여성 속옷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신영와코루는 창립 이래 60여년 간 '비비안'과 함께 여성 속옷 부문 '양대산맥'으로 입지를 지켜왔지만 지난 몇 년간 성장세가 주춤했다. 2012년(당해년도 9월 결산) 2059억원이었던 매출은 2013년 1987억원, 지난해 1867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2012년 145억원, 2013년 98억원, 지난해 36억원으로 감소했다.

실적부진이 이어지는 주된 요인은 해외 속옷 브랜드 및 SPA 브랜드 들의 속옷시장 진출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스페인 의류기업 인디텍스의 란제리 브랜드 '오이쇼', 프랑스 유명 란제리 '에탐' 등 대형 속옷 브랜드가 추가로 한국에 진출했다. 유니클로, H&M 등 SPA 브랜드 및 다수 편집숍들도 속옷을 취급하고 있다.


경쟁 격화로 남영비비안, 좋은사람들, BYC 등 국내 토종 브랜드는 일제히 상반기 매출이 역성장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957년 설립된 여성 속옷 시장의 또 다른 강자 남영비비안도 올 상반기 매출이 106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2%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16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남영비비안 역시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산 매각 카드를 꺼냈다. 지난 5월 남영비비안은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소재 공장 및 공장용지를 366억원에 매각했다. 자산 총액 대비 18.9%에 해당하는 규모다. 남영비비안은 "재무구조개선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을 처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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