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式 '안정적 변화', 삼성 사장인사 뚜껑 열어보니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5.12.01 10:48
글자크기

(종합)파격보다 점진적 변화 초점, '성과주의' 유지·신사업 강화…삼성전자, CEO 세대교체 시동

'안정 속 변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파격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위기상황에서 장수를 교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후진을 양성하며 차세대 리더에게 길을 터주는 점진적 변화로 주력 사업 강화를 노린다는 전략을 취했다.

삼성은 1일 사장 승진 6명, 대표 부사장 승진 1명, 이동·위촉업무 변경 8명 등 총 15명 규모의 2016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내정해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이 부회장의 사실상 첫 인사로 여겨져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는 아버지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갑작스레 입원한 후 정기인사까지 반년여밖에 시간이 없었고 결국 소폭 인사에 그쳤다.

◇2014년 8명→2015년 3명→2016년 6명…'소폭 인사'



하지만 2016년 인사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인사 폭은 작년보다는 컸지만 대폭적인 변화는 없었다. 사장 승진의 경우 작년(3명)보다는 많았지만 재작년(8명) 규모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자리바꿈 역시 8명으로 지난해(7명) 수준을 유지했다.

이 회장이 병상에 눕기 전인 2010~2014년 5년간 사장단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가 평균 8명, 이동·위촉업무 변경이 8.6명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소폭 인사다.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왼쪽 두번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 세번째),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왼쪽)이 6월1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25회 호암상수상자 축하만찬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br>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왼쪽 두번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 세번째),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왼쪽)이 6월1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25회 호암상수상자 축하만찬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규모뿐만 아니라 인사 내용도 기존 틀을 흔드는 내용은 없었다. 먼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이 회장 3남매는 승진하지 않았다.


다만 이서현 사장의 보직은 '패션부문'에 집중됐다. 남편 김재열 사장(스포츠사업 총괄)이 있는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보직을 겸직 업무에서 떼 내고, 삼성물산 경영기획담당 사장에서 패션부문장으로 역할을 확대했다. 패션부문장을 맡던 윤주화 사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으로 옮겼다.

오너가 외에 다른 부회장 승진자도 없었다. 삼성의 부회장단은 3명으로 줄었다. 이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다. 박근희 삼성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은 상담역으로 물러났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도 사장급 이상에서는 변화가 없다. 최 실장과 장충기 실차장 등이 자리를 지켰고 성열우 법무팀장과 정현호 인사지원팀장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새 사업부장 발탁…기술인재 승진

그렇다고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세트 부문 사업부 수장이 바뀌었다.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장 대표이사 사장과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이 각각 겸직하던 생활가전사업부장과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줬다.

삼성 관계자는 "사업부장 자리를 후배 경영진에게 물려주고 그간의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장기 사업전략 구상과 신규 먹거리 발굴 등 보다 중요한 일에 전념토록 한 조치"라고 밝혔다.

무선사업부장 자리는 고동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고 신임 사장은 상품기획, 기술전략 등 여러 업무를 두루 경험하며 갤럭시 성공신화를 이끌어왔다. 2014년 말부터는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으로 부임해 갤럭시 S6, 노트5 등 플래그십 모델 개발을 선도했다.

생활가전사업부장은 CE부문 내 부사장급 임원이 발탁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선임 대표이사인 권 부회장도 DS(반도체부품)부문장은 그대로 맡지만 종합기술원장 자리는 후배에게 내준다.

정칠희 신임 종합기술원장(사장)은 반도체 부문에서 LSI(시스템반도체)개발실장, 플래시 개발실장, 반도체연구소장 등 개발 외길을 걸어온 대표적 '기술통'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정칠희 삼성전자 사장,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정현호 미래전략실 사장(인사지원팀장), 성열우 미래전략실 사장(법무팀장), 한인규 호텔신라 사장/사진제공=삼성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정칠희 삼성전자 사장,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정현호 미래전략실 사장(인사지원팀장), 성열우 미래전략실 사장(법무팀장), 한인규 호텔신라 사장/사진제공=삼성
◇'성과주의' 유지…신사업 강화 초점

미래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바이오부문에서 사장 승진자가 나온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를 맡아 온 고한승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성과주의 인사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삼성 관계자는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 삼성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신념으로 초창기 바이오사업 전반을 기획하고,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사업 진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경영자로서 능력을 검증받았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따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한인규 부사장을 호텔신라 면세유통사업부문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성과주의 인사의 사례다.

또 정유성 삼성경제연구소 상담역을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에, 홍원표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을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 사장에 각각 배치한 것은 차세대 솔루션 사업 강화를 위한 전진배치로 풀이된다.

삼성SDS 대표이사를 맡아왔던 전동수 사장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옮겼다. 세트와 부품, 소프트웨어 업무 등의 풍부한 경험을 살려 차세대 먹거리 사업인 의료기기사업에 혁신을 불러일으킨다는 취지다.

삼성전자 차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