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서울대 나왔는데, 왜 떨어졌나요"

머니투데이 세종=정혜윤 기자 2015.12.0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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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 딸 서울대 나왔는데, 왜 떨어졌나요"


"우리 딸 서울대 나왔는데, 왜 떨어진건가요."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성균관대학교와 부산시청에서 열린 '제7회 국제금융기구 채용설명회'를 준비한 공무원들의 전화통에 불이 났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녹색기후기금(GCF) 등 9개 국제기구에서 서류심사를 통해 심층인터뷰 대상자를 선발했는데, 거기서 떨어진 학생 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



설명회를 주최하고 진행한 기획재정부와 부산시청 공무원들은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많은 전화를 받았다"며 "우리 소관이 아니라 어떻게 해드릴 수 없어서 답답했다"고 하소연했다. 서류 심사는 각 국제기구 인사담당자들의 권한이었기 때문이다.

명문대학교 재학, 높은 학점과 영어 점수 등 좋은 스펙을 지녔는데 왜 서류부터 떨어졌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부모의 이야기. 하지만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국제금융기구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한국과 다르다. 그들은 기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 그리고 현장 경험이 많은 사람을 원했다. 면접에서도 관련된 질문이 오갔다. 다양하고 포용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지, 업무와 맞는 경험이 있는지, 팀워크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



설명회를 찾은 한 취업준비생은 "해외 취업은 쌓아온 경험과 능력에 좀 더 집중해주는 반면 국내는 그런 것들을 보기 이전에 넘어야 할 장벽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날로 얼어붙는 국내 고용시장 한파로, 해외로 눈을 돌린 청년들. 하지만 국내든 해외든 청년들에게 결코 쉬운 길은 없었다.

해외 취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9년부터 마련한 채용설명회.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팁을 얻고 많은 도움이 됐다는 학생도 있었지만 괴리감이 크고 내용 자체가 진부했다는 혹평도 잇따랐다. 이를 통해 실제 인턴과 컨설턴트 채용으로 이어지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지만, 정규직이라기보단 비정규직에 가깝다. 이조차도 몇 명이 뽑히는지 미지수다.

설명회 현장에는 아들 대신 찾아와 안내 책자를 가져가고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는 아버지의 모습도 보였다. 영하의 날씨를 뚫고 절박한 마음으로 설명회를 찾은 청년들, 자식이 왜 취업이 안 되나 답답한 마음에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부모들. 정부는 내수회복세 강화로 고용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차가웠고 청년들은 여전히 고용 혹한기에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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