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정제공장. /사진=셔터스탁
더욱이 OPEC 회원국인 이란은 내년 초부터 산유량을 하루 50만 배럴씩 더 늘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상황이다. 그동안 경제 제재로 원유를 팔지 못한 만큼 자국만은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그래도 OPEC은 이미 지난해 6월부터 17개월간 하루 3000만배럴로 정한 산유량을 초과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유가 추이. /사진=트레이딩이코노믹스
반면 정제사들의 원유 구입 비용은 확연히 줄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원유를 두번째로 많이 구매하는 일본은 지난 9월 배럴당 51.22달러를 들여 원유를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1월 배럴당 113.47달러보다 절반 이상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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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업계 컨설팅 업체인 IHS의 빅터 슘 부회장은 "아시아의 정제 마진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공급 원료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지난해보다 강세가 확연히 강해졌다"고 말했다. 한국 최대 정제사인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지금이 아마 우리가 원유 구매자로서 누리는 최고의 시기일 것"이라며 "원유 과잉 상황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보다 더 많은 원유를 소비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소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3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하루 3187만 배럴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아메리카 대륙이 하루 3128만배럴을 소비하는 것보다 높은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국가 가운데서도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이 최대 원유 구매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국영 정유사인 힌두스탄 페트롤리움의 나빈 쿠마르 국제 거래·공급 이사는 "앞으로 6개월에서 1년간은 시장에서 원유 공급이 넘쳐날 것으로 보인다"며 "정제사로서 값싼 원유로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낮게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맹갈로어 리파이너리의 H. 쿠마르 이사는 "OPEC 회원국들은 각자 경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산유량을 유지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면서 "이들이 산유량을 줄이면 그만큼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모두가 산유량을 유지할 것이며 이는 정제사들에게 이득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