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산유량 동결 예상…"최대 수혜자는 한국 등 亞국가"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2015.11.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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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4일 OPEC 연차 총회…"원유 20달러 중반까지 하락" 경고에도 산유량 규모 유지할듯

원유 정제공장. /사진=셔터스탁원유 정제공장. /사진=셔터스탁


저유가 기조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다음달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연차총회에서 산유량을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최대 수혜자는 원유업계의 큰손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정제 회사들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해 6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며 고점을 찍었다가 최근 43달러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국이 셰일 개발로 산유량을 부쩍 늘린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를 필두로 한 OPEC 회원국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암묵적으로 산유량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OPEC 회원국인 이란은 내년 초부터 산유량을 하루 50만 배럴씩 더 늘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상황이다. 그동안 경제 제재로 원유를 팔지 못한 만큼 자국만은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그래도 OPEC은 이미 지난해 6월부터 17개월간 하루 3000만배럴로 정한 산유량을 초과하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 또 다른 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는 OPEC이 원유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중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설비투자 비용을 유가에 포함해 국제유가를 끌어올려야 한다며 새로운 '균형가격'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OPEC 회원국 가운데 알제리와 남미 국가들은 오랫동안 OPEC에 감산 조치를 요구해왔다.

지난 5년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유가 추이. /사진=트레이딩이코노믹스지난 5년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유가 추이. /사진=트레이딩이코노믹스
그동안 OPEC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산유량을 동결하거나 늘리면서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정제 회사들은 큰 이익을 봤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원유를 나프타로 정제하는 마진은 이번달 배럴당 9.42달러로 상승했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최고치다. 나프타는 휘발유와 각종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원료다.

반면 정제사들의 원유 구입 비용은 확연히 줄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원유를 두번째로 많이 구매하는 일본은 지난 9월 배럴당 51.22달러를 들여 원유를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1월 배럴당 113.47달러보다 절반 이상 떨어진 것이다.


석유 업계 컨설팅 업체인 IHS의 빅터 슘 부회장은 "아시아의 정제 마진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공급 원료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지난해보다 강세가 확연히 강해졌다"고 말했다. 한국 최대 정제사인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지금이 아마 우리가 원유 구매자로서 누리는 최고의 시기일 것"이라며 "원유 과잉 상황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보다 더 많은 원유를 소비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소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3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하루 3187만 배럴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아메리카 대륙이 하루 3128만배럴을 소비하는 것보다 높은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국가 가운데서도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이 최대 원유 구매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국영 정유사인 힌두스탄 페트롤리움의 나빈 쿠마르 국제 거래·공급 이사는 "앞으로 6개월에서 1년간은 시장에서 원유 공급이 넘쳐날 것으로 보인다"며 "정제사로서 값싼 원유로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낮게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맹갈로어 리파이너리의 H. 쿠마르 이사는 "OPEC 회원국들은 각자 경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산유량을 유지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면서 "이들이 산유량을 줄이면 그만큼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모두가 산유량을 유지할 것이며 이는 정제사들에게 이득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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