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 17년전 손 뗀 사업에 다시 '기웃'…이유가?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5.12.02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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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외환위기 당시 佛 라파즈에 석고보드 생산라인 매각, 최근 건설경기 회복세 따른 호재 노리고 다시 공장 짓고 시장 진출 모색

벽산, 17년전 손 뗀 사업에 다시 '기웃'…이유가?


벽산이 17년 전 손을 뗀 석고보드 시장을 다시 기웃거리고 있다. 종합 건축자재 기업임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석고보드 단순 유통에서 탈피, 직접 생산에 나서 시장 지배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벽산은 충남 홍성일반산업단지 내 16만4093㎡ 규모 부지에 오는 2017년 말까지 석고보드 공장을 완공할 방침이다. 한국USG보랄에서 석고보드를 사와 유통만 담당했던 그동안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생산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벽산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 확보차원에서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하나의 계획안으로 석고보드 시장 직접 진출이 나왔다"고 말했다.

석고보드는 소석고를 주원료로 섬유 물질을 혼합해 판상형태로 굳힌 건축자재의 일종이다. 건축물의 내벽 마감재, 가변형 벽체 등 내장재로 주로 쓰인다. 국내 석고보드 시장규모는 연간 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직접 생산·판매하는 업체 기준으로 KCC와 한국USG보랄이 6:4의 비율로 관련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벽산은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석고보드를 직접 생산해 판매해왔다. 하지만 위환위기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석고보드 사업 등 저수익구조의 사업 을 정리했다.

벽산은 전남 여수에 갖고 있던 석고보드 생산라인을 1998년 프랑스 건축자재업체인 라파즈그룹에 매각했다. 대신 라파즈로부터 석고보드를 공급받아 유통하는 일은 지속했다.

이후 벽산에 석고보드를 공급하는 주체는 라파즈그룹, 보랄, USG보랄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현재는 한국USG보랄이다. 벽산이 연간 공급받는 물량은 1000억원 수준이다.


벽산이 이처럼 손을 뗐던 석고보드 시장에 재진출하려는 것은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주택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석고보드는 주택용 건물에 대부분 시공되는 만큼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 수요가 덩달아 늘어난다.

올 하반기 예정된 입주물량은 상반기(11만 가구)보다 36% 늘어난 15만 가구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 입주물량은 13만5000가구로 통계치가 작성된 2011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벽산의 시장 재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공급과잉에 따른 출혈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건설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석고보드업황이 좋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언제든 변화 가능한 한시적인 요인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석고보드 시공 이미지/사진제공=한국USG보랄석고보드 시공 이미지/사진제공=한국USG보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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