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대출' 받는 세입자 기피하는 집주인들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5.12.0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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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급등 4억 넘으면 집주인 동의 있어야 대출…전세난 '이중고'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맞벌이 부부인 김 모씨(40)는 두 달간 발품을 팔아 공인중개소로부터 겨우 84㎡(이하 전용면적) 전세 아파트를 소개받았다. 지금 살고 있는 단지인데다 회사와 많이 멀지 않고 무엇보다 전세 아파트가 워낙 귀하니 빨리 계약하는 게 낫겠다 싶어 다음 날 공인중개소로 연락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황당했다. 집주인이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세입자는 싫다며 거절했다는 것. 김씨가 알아본 아파트는 전세 보증금이 4억4000만원. 1억원이 부족했던 김씨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보증금이 4억원을 넘으면 집주인 동의가 필요하다. 이 얘기를 들은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를 찾겠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높아진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해 세입자들은 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정작 집주인들은 세입자가 대출받는 것을 꺼려한다. 시중은행은 크게 보증기관에 따라 두 가지 종류의 전세자금대출을 판매한다.



전세 보증금 4억원 미만은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4억원 초과는 서울보증보험에서 각각 보증해준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의 보증 상품은 임대보증금반환채권으로 분류돼 질권설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계약 만료시 세입자에게 주지 않고 은행에 직접 지불하겠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 만약 은행에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은행이 집을 담보로 변제를 받겠다는 의미도 된다.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집주인들도 동의했겠지만 전세 아파트가 귀한 요즘 질권설정까지 잡히는 것을 (집주인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아 집주인들로선 세입자를 가려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 보증금이 4억원 넘는 아파트가 늘어나 대출받기도 더 까다로워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2월 3억6000만원(28층)이었던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SK뷰 84.98㎡ 전세는 10월 4억3000만원(23층)에 거래, 8개월만에 보증금이 7000만원 뛰었다.

영등포구 영등포 푸르지오 84.91㎡도 상반기까지는 보증금이 3억원 초중반에 머물렀으나 10월에는 4억1000만원으로 올랐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저렴한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도 보증금 3억원(수도권 기준)이 기준이다. 4억원까지는 만기 연장이 가능하나 4억원이 넘으면 또다시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만 올해까지는 1회에 한해 금액에 상관없이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지 못하면 신용대출을 받거나 반전세 전환 등을 고민하게 된다. 신용대출은 소득기준과 신용등급 등에 따라 한도가 정해져서 한도가 높지 않을 수 있고 금리도 전세자금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일부 세입자들은 4억원 미만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받기 위해 보증금의 일부분을 반전세로 돌리기도 한다.

최근 어렵게 전셋집을 구한 이 모씨(42)는 보증금 4억2000만원에 나온 전세 아파트를 보증금 4억원에 계약하고 대신 월 10만원을 내기로 했다. 4억원 미만 전세자금대출(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을 받기 위해서다.

시중 A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은 금리가 2%대 중반이라면 신용대출은 3.5~4% 정도로 금리가 1%포인트 전후 차이가 난다"며 "소득이 낮고 신용등급이 좋지 않으면 대출금리는 올라가고 한도는 더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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