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그룹 제공)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는 신 회장 주재로 1년에 두 차례 개최되는 중요한 자리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이 벤치마킹 사례로 온라인 쇼핑업체 '쿠팡'을 제시하는 것은 그룹 주력사업인 유통분야의 대대적인 혁신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형제간 경영권 분쟁 후유증으로 면세점을 빼앗기는 등 그룹 사기가 꺾인 가운데 혁신을 통해 성장을 꾀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국내 최대 유통그룹인 롯데에 롯데마트의 부진은 불명예일 뿐만 아니라, 최근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에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 단초를 제공하는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신 회장은 이 같은 전후 상황을 헤아려 롯데마트를 포함한 전 계열사에 '쿠팡' 같은 혁신을 주문한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는 생활·유아용품이 주된 상품이지만, 신선식품으로 취급 품목을 넓히고 전국 물류센터를 구축하면 조만간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도 정면 승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는 롯데마트몰의 모바일 부문을 강화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롯데마트 모바일사업부문을 모바일사업본부로 격상시켰다. 또 온라인몰 전용 물류센터 1호점인 김포센터를 내년 2월 오픈하고 광명센터도 내년 중 건립할 계획이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배송혁신이다. 롯데마트는 내년 중 그룹 내 물류계열사를 활용해 서울 시내 3시간 배송을 시작할 방침이다. 쿠팡의 '당일 배송' 강점을 깨버리겠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에는 기존 물류계열사인 롯데로지스틱스와 최근 계열사로 편입된 현대로지스틱스가 있다. 업계에서는 상품 직매입 방식으로 운영되는 롯데마트가 자사 상품을 그룹 계열사를 통해 직배송 할 경우, 현재 쿠팡 로켓배송의 위법성 논란도 피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내년부터 서울 시내에서 롯데 물류망을 이용해 3시간 내 배송을 할 것"이라며 "쿠팡맨은 쿠팡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산품은 몰라도 신선식품은 쿠팡이 롯데의 경쟁력을 쫓아올 수 없다"며 "전국 농산물 도매상들과 연계가 튼튼히 돼 있는 롯데마트가 서울시에서 3시간 배송에 나선다면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음달 사장단 회의에서는 호텔롯데 상장 진행상황과 그룹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보고도 이뤄질 예정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상장에 비협조적이지만 꾸준히 상장을 추진한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