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안 올랐어?" 연봉협상에 대한 3가지 불만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5.11.29 10:00
글자크기

[행동재무학]<118>'연봉 투명성'이 회사 충성도를 높인다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회사의 연봉정책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연봉협상 때 이런 저런 얘길 들었는데 도무지 무슨 소린지...그리고 이건 연봉협상이 아니라 연봉통보와 마찬가지예요.”

이제 연말과 신년을 앞두고 직장인들의 연봉협상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직장인들에게 연봉협상은 언제나 긴장되는 일이다. 그런데 많은 직장인들이 연봉협상 후 불만을 토로한다.



실제로 최근 연봉협상을 마친 한 후배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7월 취업포탈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직장인 14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연봉협상 만족도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3분의2가 불만을 나타냈고 고작 9퍼센트만이 만족한다고 답했을 뿐이다.

게다가 '내 연봉 빼고 다 오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듯이 연봉이 인상되는 경우보다 동결이나 삭감되는 경우가 더 빈번한 게 현실이다. 잡코리아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과반수이상(62퍼센트)이 올해 연봉이 동결 내지 삭감됐다고 답했다.



연봉협상에 대한 불만은 단지 연봉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잡코리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8퍼센트는 올해 연봉이 인상됐지만 연봉협상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고작 9퍼센트에 불과했다. 이는 연봉이 오른 직장인들 상당수가 여전히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연봉협상에 대해 불만족을 느끼는 근본적인 이유는 (연봉협상을 마친 후배가 투덜댄 것처럼) 회사의 연봉정책에 대한 충분한 이해부족과 상호 소통 부재에 있다.

사실 직장인들 가운데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연봉정책을 똑바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미국의 임금리서치 회사인 페이스케일(Payscale)의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들 가운데서도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연봉정책을 이해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고작 20퍼센트에 불과했다.


사실 10년 전만 해도 회사의 연봉정책을 제대로 알기가 어려웠다. 회사와 직장인들 사이에 연봉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 뚜렷했다. 그리고 비밀주의 원칙에 따라 직장 동료의 연봉 수준이 공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물어 볼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다른 회사의 연봉 수준은 알기가 더더욱 어려웠다. 이러다 보니 내 연봉이 적정하고 공정한지 알 길이 힘들었고 또 다른 사람들과 비교도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페이스케일이나 샐러리닷컴(Salary.com)과 같은 임금리서치 회사나 임금비교 사이트가 많이 생겨나면서 연봉에 대한 투명성(pay transparency)이 크게 높아졌다. 그러면서 직장인들은 동료나 다른 회사 직장인에게 굳이 물어보지 않고도 자신의 업무와 연봉 수준을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연봉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직장인들이 연봉협상에 대해 느끼는 불만이 줄어든 게 아니라 더 늘어났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아는 게 힘이다’란 속담이 있듯이 직장인들은 이제 과거와 달리 연봉협상에 임할 때 나름대로 파악한 정보에 근거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사는 연봉에 관한한 여전히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냥 과거의 습성대로 통보를 하려다 보니 연봉협상에 임하는 직장인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연봉 투명성이 낮을수록 직장인들의 연봉 불만은 고조되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사기저하 등 여러 부작용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럼 직장인들이 갖는 대표적인 연봉협상 불만은 무엇일까? 미국 증권방송 cnbc가 소개한 연봉협상에 대한 세 가지 오해를 바탕으로 알아보자.

1.연봉을 안 올려주는 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연봉 투명성이 낮을 경우 연봉인상이 거부된 직장인들은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기 십상이다. 그저 '회사가 어려우니까' 혹은 '올해는 넘어가도 내년엔 큰 폭으로 인상되겠지' 등으로 받아들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회사가 구두쇠처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연봉을 올려주지 않았다고 의심하는 경우다. 특히 자신의 업무능력이나 성과에 비해 연봉이 낮다고 생각할 때 이런 의심을 갖기가 쉽다.

그러나 회사의 인사부 관계자들은 적정수준 보다 낮은 연봉을 제시하면 직원들이 이직하기 쉽고 게다가 직원을 다시 채용하려면 평균적으로 1.5배의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이러한 오해는 잘못됐다고 반박한다. 즉 ‘되로 막으려다 말로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회사가 조금 아끼려다가 오히려 크게 손해 본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러한 직접적인 비용 문제 외에도 남은 직원들의 사기저하 이슈도 뒤따른다. 연봉이 낮아 유능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게 되면 회사 이미지 및 다른 직원들의 근로의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기저하는 겉으로 당장 비용이 드러나지 않지만 피해규모를 따져보면 훨씬 더 클 수 있다.

페이스케일의 수석 매니저인 어브레이 바흐(Aubrey Bach)는 “스크루지(Scrooge) 구두쇠 같은 연봉정책은 통하지 않는다”며 "회사가 동전 몇 푼을 아끼려고 연봉을 인상하지 않는 건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2.연봉 문제로 이직하진 않을 거다

사람들은 연봉이 적어도 업무에 대한 만족감이 높으면 이직을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직하는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적은 연봉, 승진기회 미미, 상사의 괴롭힘, 업무 불만족 등등 여러 대답이 나온다. 그래서 연봉이 이직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믿는다.

그러나 페이스케일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이직하는 첫 번째 이유는 다름 아닌 연봉 불만으로 나타났다. 즉 사람들은 연봉이 적으면 이직을 결심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가 좋아지고 노동시장이 개선되기 시작하면 연봉 인상에 대한 요구는 더욱 높아지고 이때 회사가 적정한 연봉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연봉 불만은 높아져서 유능한 직원들의 이직을 촉진시키게 된다.

한편 미국의 심리학자 프레데릭 허츠버그(Frederick Herzberg)는 직무 만족도 연구를 통해 사람들은 연봉이 높다고 직무 만족도가 올라가지는 않지만 반대로 낮을 경우엔 직무에 불만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낮은 연봉은 업무 불만족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연봉 문제로 이직을 결심하지 않더라도 업무에 대한 불만족은 생산성과 효율성은 물론이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악화시켜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3.연봉정책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 게 좋다

여전히 많은 경우 직장인들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연봉정책에 대해 잘 모른다. 특히 연봉이 인상되지 않을 경우 그 이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아니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듣는다.

만약 회사가 연봉정책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직장인들은 동료 직원에게 물어보면서 제각기 나름대로 연봉정책을 머리속에서 만들어 내게 되며 이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더욱이 연봉인상이 거부된 경우엔 더 그렇다.

실제로 페이스케일이 직장인 7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2퍼센트는 설령 연봉이 적더라도 회사가 직원들에게 적은 연봉이 제시된 이유를 분명하게 이해시키고 소통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으며 직장에 대해서도 만족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연봉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페이스케일의 바흐 수석 매니저는 “소통은 연봉협상에 있어서 직원들의 충성심을 이끈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