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위, 장관vs위원장 맞고함…'위안부 기림일' 불발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5.11.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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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상보) 유승희 "정부 소극적" 김희정 "위원장 편파적"… 與 퇴장, 1시간만에 파행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17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위안부 기림일' 법안 상정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다 여당의 일방적 퇴장으로 회의가 파행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장관과 위원장까지 고성을 주고받아 눈살이 찌푸려지게 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된 전체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간사와 홍익표·박혜자 의원은 의사발언 진행을 통해 위안부 기림일 제정 법안이 여당 반대로 심의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유승희 여성가족위원장 역시 "정부에서 너무 소극적으로 나오니 여당에서 제대로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것 아니냐"라고 언성을 높였고,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위원장이 중립적이지 못하고 왜 이렇게 편파적으로 진행하냐"고 불만을 피력했다. 결국 여야 대치가 이어져 정회가 선포됐다.



특히 김 장관은 정회 도중 마이크가 꺼진 상황에서 "무슨 위원장이 장관한테 발언 기회도 주지 않나", "여야 협의를 통해 법안 상정이 안 된 걸 가지고 왜 야당 간사는 장관한테 따지느냐"며 고성을 이어갔다.

이후 유 위원장이 배석한 가운데 야당측이 이번 회기 혹은 연내에 다시 법안소위를 소집해 '위안부 기림일' 법안을 처리하자고 요청했으나 여당측은 "연내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봐야 한다"며 협의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시30분쯤 회의가 속개했으나 법안소위 위원장이자 여당간사인 류지영 의원이 회의장에 복귀하지 않았다. 이후 여당 의원들까지 모두 회의장에서 퇴장해 회의가 파행했다.


유 위원장은 "위안부 기림비를 세우고 기림일을 정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상대로 굴욕 외교를 하지 않도록 협상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야 간사간 여러 차례 협의 시도에도 법안 상정이 되지 않은 데 우려를 표한다. 조속한 시일 내 위안부 기림일 법안 등 처리를 위한 회의소집 날짜를 합의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히고 산회를 선포했다.

김 장관은 "연내 위안부 백서가 발간되고 보고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내년 초 유네스코에 가해자와 피해자 기록이 등재 신청될 수 있도록 절차를 밟을 예정이며 위안부 지원금 인상과 위안부 역사관 건립, 망향의 동상에 별도 묘역을 마련하는 일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에는 '위안부 기림일' 제정과 관련된 법안이 3개 계류돼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심재권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매년 8월14일을 '위안부의 날'로 정하는 내용이다. 같은 당 박민수 의원의 개정안 역시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림주간을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12년 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는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의 참상을 처음 공개 증언한 8월14일을 '세계 위안부의 날'로 제정했다. 이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세계 여성단체들은 매년 8월14일 위안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다양한 캠페인과 연대집회를 열며 이 날을 유엔 기념일로 지정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야당은 광복 70주년을 앞둔 6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여당이 한일 정상간 협의 중 외교적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해 보류된 바 있다. 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여야 협의에서 여당이 올해 말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협상결과를 지켜보자며 또 다시 법안 보류 의견을 밝혀 지난 16일 법안소위에 이 법안이 상정되지 못했다.

앞서 이날 여가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말로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치면서 일본의 눈치만 보고 있는 정부여당의 행태는 매우 유감"이라며 "2014년 여가위 일본군 위안부 문제 대책소위원회에서 여성가족부는 '8월14일을 위안부의 날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는데 왜 이제 와서, 무엇이 두렵고 누구 눈치를 보고 있기에 여당은 안건 상정조차 거부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내의 법정 기념일을 지정하는데 왜 일본의 눈치를 보는지, 왜 외교관계를 먼저 고려해야 하는지 새누리당은 답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의 역사가 친일의 역사가 아니라면, 박근혜 정부가 친일 정부가 아니라면 위안부 기림일을 지정하는 법 개정은 추진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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