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신용경색 위기…경기부양 노력에 찬물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5.11.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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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 예고에 대출환경 악화 신용경색 경고등

신흥시장의 신용경색 위기가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을 좌절시킬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신흥시장에서는 최근 각국 정부가 둔화된 성장세를 되살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 어느 때보다 기업들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부채를 끌어 쓴 신흥시장 기업들은 최근 유례없이 엄격해진 대출 환경 탓에 투자가 여의치 않다.

헝 트란 국제금융협회(IIF) 이사는 "많은 신흥시장의 비금융기업들이 빚을 갚는 것은 물론 경제 성장세를 떠받치기 위해 새 빚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흥시장이 직면한 성장둔화에 또 하나의 역풍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IIF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18개 주요 신흥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채무 비율은 2009년 150%에서 최근 195%로 높아졌다. 정부, 가계, 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의 빚이 늘었지만 광산업체, 제조업체 등 비금융기업의 채무 증가세가 가장 돋보였다. 신흥시장 비금융기업의 채무는 모두 23조7000억달러로 GDP의 89%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의 주요 선진국 비금융기업 부채 비율을 넘어선 것이다.

선진국의 부채 지형은 신흥시장과 사뭇 다르다. 우선 GDP 대비 부채 비율이 396%로 훨씬 높지만 5년 전과 거의 비슷하다. 또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부문은 금융기업으로 GDP의 130%나 된다. 이에 비해 가계나 비금융기업의 채무는 줄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부채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주체는 정부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 66%였던 부채 비율이 이젠 100%를 웃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자산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푼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한 결과다.



트란 이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이 양적완화로 푼 자금이 고스란히 신흥시장 기업의 채무에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기업이 선진국 중앙은행이 푼 저금리 부양자금을 대거 빚으로 끌어 모았다는 말이다.

문제는 FRB가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더 이상 저금리 자금의 홍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FRB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오르면 신흥시장 기업들이 갚아야 할 달러빚 상환 부담이 커진다.

트란 이사는 "미국의 금리 정상화 전망에 따라 상당수 중앙은행들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IIF가 최근 신흥시장에서 영업 중인 120개 회원 은행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반적인 대출 환경이 2011년 이후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흥시장 은행들이 제시한 3개월 뒤 부실채권(NPL) 비율 전망치는 관련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9년 말 이후 가장 높았다.

신용경색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의 파산 가능성이 커면서 현지 은행들의 부실 위험도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JP모간은 신흥시장 비금융기업들의 채무가 GDP의 76%에 달하고 이들이 현지 은행을 통해 대출한 돈이 GDP의 60%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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