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에서는 최근 각국 정부가 둔화된 성장세를 되살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 어느 때보다 기업들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부채를 끌어 쓴 신흥시장 기업들은 최근 유례없이 엄격해진 대출 환경 탓에 투자가 여의치 않다.
헝 트란 국제금융협회(IIF) 이사는 "많은 신흥시장의 비금융기업들이 빚을 갚는 것은 물론 경제 성장세를 떠받치기 위해 새 빚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흥시장이 직면한 성장둔화에 또 하나의 역풍이 더해졌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부채 지형은 신흥시장과 사뭇 다르다. 우선 GDP 대비 부채 비율이 396%로 훨씬 높지만 5년 전과 거의 비슷하다. 또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부문은 금융기업으로 GDP의 130%나 된다. 이에 비해 가계나 비금융기업의 채무는 줄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부채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주체는 정부로 글로벌 금융위기 전 66%였던 부채 비율이 이젠 100%를 웃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자산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푼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한 결과다.
문제는 FRB가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더 이상 저금리 자금의 홍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FRB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오르면 신흥시장 기업들이 갚아야 할 달러빚 상환 부담이 커진다.
트란 이사는 "미국의 금리 정상화 전망에 따라 상당수 중앙은행들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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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F가 최근 신흥시장에서 영업 중인 120개 회원 은행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반적인 대출 환경이 2011년 이후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흥시장 은행들이 제시한 3개월 뒤 부실채권(NPL) 비율 전망치는 관련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9년 말 이후 가장 높았다.
신용경색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의 파산 가능성이 커면서 현지 은행들의 부실 위험도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JP모간은 신흥시장 비금융기업들의 채무가 GDP의 76%에 달하고 이들이 현지 은행을 통해 대출한 돈이 GDP의 60%에 이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