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법률대리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 친필서명 위임장을 공개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지난 8월17일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완패한 직후부터 예견됐다. 당시 주총은 15분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며 신 회장이 완승을 거뒀지만 신 전 부회장은 "동료, 거래처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고 싶다"며 분쟁 불씨가 여전함을 시사했다. L투자회사들과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변경 건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즉, 롯데홀딩스 주요주주 중 광윤사 뜻에 따라 의결권 행사가 결정되는 종업원지주회 등의 지분을 합하면 광윤사의 롯데홀딩스에 대한 실제 영향력은 28.1%가 아니라 55.8%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자신이 아버지 뜻에 따라 광윤사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 주주 인만큼 적통이라는 논리다.
그는 지난 7월 일본어 인터뷰로 '국적논란'이 불거진 것을 의식한 듯 일본어 사용을 극도로 자제했다. 첫 인사말만 한국어로 짤막하게 했을 뿐, 기자회견문은 재미교포 출신 아내 조은주씨에게, 질의응답은 참모진인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김수창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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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내 소송을 위한 한국법인 SDJ코퍼레이션을 설립하는 등 1차전 주요 패인 중 하나가 '여론전 참패'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모습이다. 신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 발표나 국정감사 질의시 한국어를 사용해 여론을 긍정적으로 이끈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이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롯데그룹의 거대한 규모에 놀라고 여론 흐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고려했다.
이 시점에 소송 카드로 신 회장을 도발한 것 역시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이달에는 시내면세점 특허심사가 예정돼 있다. 간신히 잠잠해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이슈가 다시 터지면 그룹 성장성에 큰 기여를 하는 소공점과 롯데월드 면세점 수성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면세점을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라며 사활을 걸었던 신 회장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똑같은 등기이사 해임건을 두고 일본은 무효, 한국은 손해배상소송으로 달리 대응한 것도 그의 속내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만약 신 회장이 '일본=신동주, 한국=신동빈'이라는 기존 균형경영방식을 택할 경우 한국 등기이사직 해임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