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 수익률 개선했는데…현장에선 "글쎄"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5.10.0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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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디자이너@김지영 디자이너


정부가 지난달 2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강화방안의 하나로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 정책을 내놓은 지 한 달이 지났다.

발표 당시 낮은 사업성과 긴 임대기간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대출금 상환방식을 다듬어 추가비용을 줄이도록 했다. 그러면서 오는 26일부터 시범적으로 80가구를 신청받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은 정부가 연 1.5% 정도의 저리로 수선비용을 최대 2억원 지원, 집주인이 낡은 단독·다가구주택을 임대주택으로 개조토록 하는 사업이다.



저리로 융자해주기 때문에 집주인은 리모델링한 집을 주변 임대료 시세의 50~80% 수준으로 대학생과 독거노인 등 주거취약계층에게 공급하도록 했다. 공실 부담을 없애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실 여부와 상관없이 만실기준 임대수익을 매월 집주인에게 확정지급한다.

하지만 8~20년 동안 LH가 위탁관리하면서 임대사업을 유지해야 하고 이 기간에 월세를 마음대로 올려받을 수 없다. 국토교통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사업기간 8년은 임대수입보다 융자상환금이 더 많아 확정수입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 임차인을 받아도 임대수입은커녕 매달 수십만 원의 추가비용을 내야 하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2일 이 문제의 보완책으로 융자혼합 상환방식을 제시했다. 임대기간이 짧은 경우 원리금의 65%만 분할상환하고 나머지 35%는 만기에 일시상환토록 해 매달 지출하는 상환금을 줄이도록 한 것이다. 이 경우 매달 일정액의 확정수입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추가비용 지급에 대한 부담도 덜고 공실 위험도 떠맡겠다고 나섰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전·월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수요는 충분한데 사업자가 굳이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표본조사 결과 서울 성북구 정릉의 단독주택 소유자 86%가 사업참여 의사를 밝혔다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정릉3동 N공인중개소 대표는 “노후 단독주택 주인들은 대개 노인들인데 최장 20년 걸리는 정부 임대사업을 할 만한 사람이 있겠냐”며 “2013년부터 정릉 재개발·재건축계획이 잇따라 해제되면서 빌라 건축업자들에게 부지를 넘기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학가 주변인 안암동과 제기동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동대문구 제기동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여기는 대학생 임대수요가 많아 굳이 정부지원을 받아가면서 리모델링 임대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며 “집주인 리모델링에 대해 문의한 사람은 지금까지 1명도 없다”고 말했다.

정릉 단독주택 주인들의 사업참여 의사를 묻는 조사에서는 표본이 35명밖에 안돼 대표성 논란도 제기됐다. 조사를 진행한 국토부 산하기관은 단순 설문형이 아닌 심층조사 형태로 진행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하기관 관계자는 “대화를 나눠보니 대개 안정을 추구하는 노인분들이어서 공실 위험을 큰 부담으로 느끼고 있었다”며 “시범사업의 내용과 취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의견을 물어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 의도대로 집주인 리모델링사업을 통해 주거취약계층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이 공급되도록 하려면 집주인들의 사업 참여를 높이는 실질적인 당근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주택 임대차시장은 임대인이 절대적 우위에 있어 웬만한 보상으론 집주인의 사업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 것”이라며 “저리 융자 지원이 아니라 리모델링 지원금 지급, 세금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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