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블프'에 허리 휘는 中企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5.10.09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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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등 유통업체 판매수수료 부담 여전…할인율 높여 역마진 감수

#중소기업 A사는 국내 유명 백화점에 입점한 일부 매장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백화점에 판매액의 30% 이상을 판매수수료로 내면서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면서다. 여기에 최근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에 맞춰 할인율을 대폭 늘려야 한 탓에 역마진까지 감수하자 A사 경영진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업체들은 이 같은 백화점의 세일 시즌이 보릿고개처럼 힘겹기만 하다.



8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정부 주도로 오는 14일까지 대규모 동반 할인 행사에 나서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에 대리점을 둔 중소 판매업체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들의 고민은 유통업체에 유리하게 형성된 판매구조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판매업체로부터 매출액의 33~40%를 판매수수료로 받는다. 입점 업체들은 100만원짜리 물건을 팔면 33만~40만원을 백화점에 자릿세로 내는 것이다.



여기에 세일기간을 맞으면 백화점은 할인폭의 10분의 1 정도만 부담한다. 예컨대 정상 판매일 때 판매수수료를 40% 받았다면, 30% 할인 행사를 할 경우 판매수수료 3% 깍아 37%를 받는 식이다. 결국 세일로 인해 줄어든 마진폭 대부분을 판매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A사 대표는 "국내 백화점은 외국 유통업체처럼 물건을 직접 구매해서 팔지 않고 자릿세 명목으로 고율의 판매수수료만 받아 판매업체가 재고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할인율을 높여도 백화점이 판매수수료를 그만큼 낮춰주지 않기 때문에 납품업체의 피해만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제조원가와 인건비, 매장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손해를 안 보고 매장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주장이다.


그는 "유통망이 없는 중소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백화점에 입점한 후 망해서 나간 경우도 많다"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경기 활성화에 실질적 도움을 주려면 이러한 불공정한 구조개선을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의 할인율이 일부 상품을 제외하면 통상적인 세일 기간과 별다를 게 없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 외국처럼 유통업체가 제조사로부터 물건을 직접 구매해 판매하다 연말을 앞두고 재고 정리를 위해 염가 판매에 나서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

백화점에 입점한 판매업체 관계자는 "회원제 할인매장인 코스트코의 경우 직매입을 원칙으로 하고 마진율도 국내 유통업체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이 정도 수준이 아니라면 내수 침체로 경영 압박을 받고 있는 판매업체가 정상적으로 할인폭을 대폭 늘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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