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금융사 자본금 대폭 완화 "창투업계 이탈 현실화 우려"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5.10.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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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100억 개정안 통과…규제 많은 창투사 상대적 불평등 심화

신기술금융사 자본금 대폭 완화 "창투업계 이탈 현실화 우려"


벤처기업 투자회사인 신기술금융회사의 자본금 기준을 대폭 낮추기로 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경쟁자격인 창업투자회사(창투사)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정부에 따르면 벤처기업 투자 등 신기술사업금융업을 전담하는 신기술금융회사의 최소 자본금 요건을 현행 2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여전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신기술금융사의 자본금을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는 창투사 수준(50억원)으로 낮추는 여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당시 금융위는 신기술금융사의 자본금 기준이 창투사보다 4배 높아 형평성 차원에서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법제처는 창투사의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의 반대로 부처 간 협의안을 마련한 뒤 다시 제출하라는 취지로 반려했다. 이후 1년여를 끌어온 여전법 개정안은 전업 신기술금융회사의 자본금을 100억원으로 낮추는 '절충안'을 마련하면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신기술금융사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면 벤처투자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그러나 여전히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창투사의 경우 신기술금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러 규제를 받고 있어서다.

실제 창투사는 창업 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의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근거해 설립된 만큼 관련 규제를 받고 있다. 예컨대 창투사는 펀드 결성금액의 40% 이상을 창업 7년 이내 벤처기업의 신주를 인수하는 형태로 투자하고,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투자금지와 상장사 투자한도 등의 제약을 받는다. 반면 신기술금융사는 투자에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창투사가 신기술금융사로 이탈해 오랜 기간 벤처투자를 견인했던 창투업계가 고사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벤처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자본금을 100억원 이상 확보한 창투사의 경우 신기술금융사의 최소 자본금 요건이 100억원대로 낮아지면 이동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전체 창투사의 30% 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창투사의 전유물이던 창업투자조합의 설립에 신기술금융사의 참여를 허용하면서 칸막이가 낮아진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사실상 운영에 제약을 받지 않는 신기술금융사의 자본금 규정마저 대폭 완화하면 오히려 형평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중기청은 부작용이 현실화되면 재개정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신기술금융사의 자본금 완화는 창투사의 이탈을 부추기고 창업 초기기업 투자까지 위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1년간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며 "금융위의 입장이 워낙 완강해 우선 개정안을 시행해 본 뒤 부작용이 현실화될 경우 재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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