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컨설팅파트너 "스타트업 생태계 악순환 고리 진입"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2015.09.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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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회수 길 좁아 성공한 창업가 적어…엔젤 투자 줄어들고 창업도 '서비스산업'에 국한

구글 캠퍼스서울에서 열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열린 토론회'/사진제공=구글코리아구글 캠퍼스서울에서 열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열린 토론회'/사진제공=구글코리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형적인 악순환 상태에 빠져들었다. 과연 국내 대기업이 한국 벤처기업을 투자하고 인수할 만큼 관심과 여력을 갖고 있는지, 국내 스타트업이 충분히 매력적인지를 묻는다면 둘 다 의문이다."

22일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열린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주완 맥킨지 컨설팅 파트너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엑시트(투자금 회수)시장이 활성화돼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생태계라는 의미 속에는 원래 대기업도 포함돼 있어야 하지만 한국은 두 세계가 분리돼 있는 것이 문제"라며 "벤처 인력이 대기업에 가기도 하고 대기업 직원이 창업을 하는 등 교류가 있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파트너는 해외VC(투자사)나 대기업에 문을 열어야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애플이나 구글이 인수하고, 중국 스타트업을 알리바바나 텐센트가 인수하는 것처럼 국내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



외국의 대기업이나 투자사가 국내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성공 모델이 배출된다면 국내 대기업의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스타트업도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심 기술은 어디서든 통한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사업기획, 서비스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핵심 기술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핵심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노정석 킵코 CSO(최고전략책임자)는 "창업한 회사는 많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좋은 회사 숫자는 많지 않은 것 같다"며 "돈은 많은데 투자할 회사는 없다는 말도 귀기울여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스타트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로는 △이용자서비스에만 집중되는 창업 △시장이 작은 탓에 더딘 성장 △작은 국내 시장에서 극심한 경쟁 △10년 이상 소규모 IPO(기업공개)를 통한 투자금 회수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은 국내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유사한 서비스의 난립'을 첫째로 꼽았다. 시장은 가뜩이나 작은데, 성공한 서비스가 나오면 유사 서비스가 난립해 공멸한다는 것.

노 CSO는 "한국은 시장 자체가 작아 혼자 먹기에는 크지만 둘이서만 나눠 먹어도 작은 시장"이라며 "한 명만 승자가 되고 나머지는 패자가 되는데 패자들이 너무 늦게 짐을 싸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 시킨다"고 지적했다.

국내 스타트업에 '최고의 인재'가 몰리지 않는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맥킨지에서 발표한 '벤처산업 선순환 구조 구축' 보고서에서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 설문조사
'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학력은 미국과 비교할 때 뒤쳐지는 편이었다.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는 석박사급 창업자가 18%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40%에 달했다.

김 파트너는 "미국에서는 창업이 가장 우선순위라고 가르치는데 반해 국내 석박사 인재들은 주로 학교에 남거나 대기업에 가는 편"이라며 "벤처기업의 중간급 관리자는 대기업 경험 가진 사람을 선호하지만 영입하기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을 위협하는 존재로는 중국 스타트업을 꼽았다. 최근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은 국내 스타트업 경쟁력이 중국에 비해 2년 뒤쳐졌다고 분석한 바 있다. 김 파트너는 "심한 경우 국내 경쟁력이 3~5년 가량 중국에 뒤쳐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핀테크 분야는 미국이 배워야 할 정도"라며 "한국은 5년간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떠나보내고 이제는 후발주자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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