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팩트]메모리 가격 반토막…삼성·SK하이닉스 비상?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5.09.0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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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PC용 D램 중심, 급격한 가격하락은 사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진실, 삼성 수익성과는 별개

[뉴스&팩트]메모리 가격 반토막…삼성·SK하이닉스 비상?


최근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져 한국 반도체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는 식의 언론보도들이 나왔다.

수요 감소 등으로 D램 반도체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가격까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락폭도 1년 새 40% 이상 빠져 반 토막이 났고 세계 1, 2위를 석권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에도 그만큼 위험신호가 켜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떨어진 것은 맞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 익스체인지나 IHS 등에 따르면 PC용 D램 DDR4 4기가비트(Gb)의 경우 6월 3.7달러 수준에서 9월 들어 2.7달러 정도로 하락했다. 낸드플래시도 64Gb(TLC, 트리플레벨셀) 가격이 작년 2분기 3달러에서 올해 2분기 2.5달러로 떨어졌다.



PC용 D램을 중심으로 수요 둔화가 계속되면서 가격이 내려가는 속도가 비교적 빠르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일부 보도처럼 우리나라 메모리반도체 산업에 심각한 타격이 올 것인가. 그렇게 보기는 힘들다.

우선 메모리반도체는 수요공급 상황에 따라 원래 가격변동성이 크다. 통상 1년간 30~40% 가격 하락이 일반적 패턴이다. 가격이 반 토막 났다고 한 보도에 언급된 PC용 D램 DDR3 4기가비트 제품의 경우 작년 8월 고점을 찍었고 그보다 앞서 2012년 말에는 1달러대에 불과해 지금보다 더 가격이 낮았다.



이 같은 변동성 때문에 반도체 회사들은 공급량을 조절하는 등 대응책을 미리 세운다. 근래 가격하락 역시 이미 예상됐다. 삼성전자는 7월 말 2분기 결산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3분기 PC D램 반도체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D램 생산량 증가율)는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D램 익스체인지 등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발표하는 현물가격이 실제 반도체 회사가 받는 가격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장기 공급 계약을 맺기 때문에 현물가와 가격 자체가 다르고 프리미엄도 받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기술이 가장 앞서 있어 비슷한 제품이라도 경쟁사보다 더 비싸게 파는 게 관행"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는 시간이 갈수록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은 당연하다. 삼성전자는 매년 혁신적인 고용량 고효율 D램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수직구조의 V낸드로 방향을 잡고, 역시 매년 단수를 높여 8월 48단까지 양산에 들어갔다.

최신 기술이 반영된 제품이 기존 제품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반도체 가격은 뚝뚝 떨어지기 마련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요즘 메모리반도체 제품은 길어봐야 3년 정도 주기"라며 "그만큼 가격도 빨리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신제품이 나올수록 생산성은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기존 제품 가격이 떨어져도 수익성은 유지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9일 양산을 발표한 12기가비트 모바일D램 신제품(20나노 공정기술 적용)만 해도 이전 1세대(20나노급) 8기가비트 D램보다 생산성이 무려 50% 이상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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