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차단속원들이 도로변에 불법주차 돼 있는 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차량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남형도 기자
"지금 차 뺍니다, 차 빼요. 아, 사진 좀 찍지 마시고요."
1일 오전 10시 40분쯤 남대문 시장 인근의 한 도로. 불법으로 주차한 트럭 운전기사와 서울시 주차 단속원들 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운전기사는 단속원들을 발견하자 시장에 납품할 물품을 옮기다 말고 황급히 트럭으로 돌아왔다. 단속원들이 차를 다른 곳으로 빼라고 재촉하자 기사는 볼멘 표정으로 트럭에 오른 뒤 "우리도 좀 먹고 삽시다"라며 욕설 섞인 말을 내뱉곤 사라졌다.
서울시 불법주차 단속원들이 불법주차 된 차량에 단속고지서를 끼워넣고 있다. /사진=남형도 기자
주차단속원들은 트럭 표지판과 트럭 전체 모습을 찍은 뒤 스마트폰에 단속장소가 어디이고 차량번호는 몇 번인지, 위반사항은 뭔지 등을 입력한 뒤 사진을 첨부했다. 단속원은 "과태료는 4만원이 부과된다"고 귀띔한 뒤 와이퍼 사이에 과태료 부과 대상임을 알리는 종이를 끼워 넣었다.
길가에 불법주차 된 한 트럭엔 하루 전 이미 적발됐음을 알리는 과태료 고지서가 차량에 끼워져 있었다. 단속원은 "2시간이 지날 때마다 단속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차량을 찍고 과태료 고지서를 한 장 더 끼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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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간격으로 연달아 불법주차에 적발된 차량. 2시간이 지나면 다시 단속할 수 있게 돼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남대문시장 인근이란 특성 때문에 주로 물건을 가게에 납품하기 위해 차량을 세워놓은 트럭기사들은 주차할 공간도 없는데 대체 어디에 세우라는 거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한 트럭기사는 "물건은 납품해야 하고 차를 세울 데가 없는데 주차공간이 나올 때까지 하루 종일 기다리라는 거냐"며 "시장에 납품하는 차량은 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 소상공인들 죽이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럭기사의 주장대로 남대문시장 인근을 살펴보자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공영주차장의 얼마 안되는 주차면은 이미 차량들로 꽉 차 있었다. 설령 시장과 조금 떨어진 곳에 마련한다 하더라도 무거운 물품을 옮기고 상점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장소에 주차하긴 어려워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건 맞는데 늘리려면 예산도 많이 들고 시간도 걸리기 때문에 여의치 않다"며 "서울시 주차장 앱을 이용하면 인근에 주차할만한 곳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1시간에 가까운 주차단속이 끝난 뒤 단속원들이 사라지자 그새 스멀스멀 들어온 트럭과 택시들이 다시 불법 주·정차로 인근 도로를 꽉 메우고 있었다. 한 트럭운전기사는 "주차공간이 없는 한 단속강화로 근절할 수 없을 것"이라며 "생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