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명품매장(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음)/사진=뉴스1
정부는 지난 26일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동차와 대용량 가전제품, 향수 등에 붙는 개소세를 인하했습니다. 이에따라 현대자동차는 25만원에서 최대 204만원까지 가격을 낮추겠다고 밝혔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50만원에서 440만원까지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구찌와 까르띠에 등 해외 명품업계는 가격인하 움직임을 전혀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복수의 명품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명품가격을 인하할 계획은 없다"고 전해왔습니다. 국내 소비자를 호구로 아는 걸까요?
또 '비싸야 잘 팔린다'는 명품업계의 특성도 작용합니다. 루이비통·프라다 등 명품업체들은 2011년 한-EU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명품가방 등에 대한 관세가 없어지거나 인하됐지만 오히려 3~7% 정도 가격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가격인하 요인이 생겨도 굳이 값을 내리지 않는 겁니다. 기업분석 전문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이 2002년부터 2012년까지 명품백 업체의 가격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 기간동안 명품백값은 연평균 14%나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2.5%)의 5배를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서는 유독 더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건데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수입공산품의 국내 판매가가 해외보다 10~40% 높게 형성돼 있다고 합니다.국내에서는 비싸면 더 잘 팔리기 때문인가 봅니다. FTA 발효, 원자재 가격 하락 등 가격 인하요인이 발생했지만 명품업계가 앞으로도 가격을 낮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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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시 이러한 사실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소세 인하와 함께 대안수입시장 활성화 카드를 함께 들고 나온 것이죠. 병행수입과 해외직접구매(직구)가 활성화되면 명품업자(원수입업자 또는 원상품권자)도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생각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진품보증과 애프터서비스(a/s)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습니다만 대안시장이 원상품권자를 위협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다른 나라보다 비싸게 팔아도 소비자들이 계속 찾는다면 명품업자들이 가격을 낮출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