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 이지연 검시조사관(왼쪽 두번째)과 이나경 수사관(왼쪽 세번째) /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공
"경찰특공대였던 친구가 이 길을 추천해 줬습니다. 간호 업무와 비슷한 점이 있다면서요. 범죄와 연관된 증거를 찾기 위해 7~8시간 동안 변사 현장을 꼼꼼히 수색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그 의미를 알게 됐습니다. 7~8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수술실에 있던 시절이 떠올랐죠."(이나경 수사관)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의료 현장에서 쌓았던 전문성도 빛을 발했다. 이 검시관은 지난 1월 중국인 유학생이 임신 중절 수술 중 사망한 사건에 대해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초기부터 사건에 관여했다는 이 검시관은 널브러져 있던 초진 기록지를 찾아내는 동시에 차트 기록이 허위 기재됐다는 점과 적정량의 4배가 넘는 수액이 투여된 사실 등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 이지연 검시조사관(오른쪽)과 이나경 수사관(왼쪽) /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공
"형사들이 의학 용어를 다 알기는 어렵죠. 반대로 검안의들도 경찰 용어를 잘 몰라요. 이들의 의사소통을 돕는 일은 사인을 빠르게 파악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실의에 빠진 유족들을 위로할 수 있고, 범인 검거도 가능합니다."(이지연 검시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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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변사 현장에 나서는 이들이지만, 매일 밤 망자를 만나는 일에 익숙해지긴 여전히 어렵다. 15년 경력 간호장교 출신인 이 검시관은 군 생활에서도 겪지 못했던 트라우마로 인한 스트레스를 느끼곤 한다고 전했다. 이 검시관은 "시체밭을 걸어가는 꿈을 꾸곤 한다"며 "군 생활하면서 사고에 의한 참혹한 환자들을 많이 봤지만, 이런 꿈을 꾼 적은 없다"고 했다. 이어 "군 변사 현장은 의도치 않은 '사고'이지만, 경찰 변사 현장은 의도된 '사건'"인 탓에 과학수사 인력 중 일부는 같은 고민을 할 지 모른다고 전했다.
망자와 마주하며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상념에 빠진다는 간호사 출신 과수계 직원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일과 죽어있는 사람의 한을 풀어주는 일. 간호사와 경찰, 업무는 다르지만 보람은 같다고 했다.
"한 때는 하루에 변사사건 1~3건씩 꼭 했어요. 다들 저랑 당직 근무하길 꺼려할 정도였죠. 저도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 분들이 떠나기 전 나를 찾는 것이 아닐까….' 언젠가 이 분들도 발견이 될 거고, 그래야 생이 마무리 되는 거잖아요. 한 점의 의혹 없이 편안히 보내드린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현장에 가고 있습니다." (이나경 수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