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베어마켓 진입하는데…" 우연인가 vs 규칙인가?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5.08.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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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04>삼성전자 매년 베어마켓 떨어지는 패턴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지난 7월31일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 주가가 2.5% 하락하면서 지난 3월19일에 기록한 전고점(151만 원)에서 20%넘게 추락, 결국 베어마켓(bear market)으로 떨어졌다. 통상 주식이 베어마켓에 진입하면 주가가 장기침체 국면에 빠진 것으로 인식, 전고점까지 다시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흥미로운 건 명실상부 글로벌 최고의 IT기업인 삼성전자 주식이 지난 2011년 이래 매 년 한번씩 베어마켓에 빠졌다는 점이다. 직전 연도인 2014년엔 9월 초에 베어마켓에 진입했고, 2013년엔 6월, 2012년에도 6월, 그리고 2011년에도 6월에 삼성전자 주식은 각각 전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해 베어마켓으로 떨어졌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 대침체(Great Recession)에 빠졌던 2008년을 제외하고 그 이후 정상적인 시장 환경에서 삼성전자 주식이 베어마켓에 빠진 경우는 이번까지 포함해 총 5번에 달한다. (관련기사: 삼성전자, 6월만 되면…베어마켓 추락)

2008년 7월 삼성전자 주식이 베어마켓에 떨어진 뒤 주가가 전고점을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모두 13개월이 소요됐다. 2011년에는 6개월이 걸렸다. 2012년 6월 베어마켓에 진입한 뒤에도 6개월만에 전고점을 회복했고 2014년 9월에 또 다시 베어마켓에 추락했지만 6개월만인 올해 3월에 전고점을 경신했다.



과거의 사례만 보면 삼성전자 주식이 베어마켓에 떨어지고 난 뒤 대략 6개월 후엔 주가가 회복되면서 전고점을 돌파하는 패턴이 존재한다. 다만 2013년 1월초에 기록한 삼성전자 역대 최고가인 158만4000원은 이후 아직까지 회복되고 있지 않다.

베어마켓 진입 후 주가의 추가 하락도 해마다 조금씩 다른데 최소 3%에서 최대 21%까지 주가의 추가 하락이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2008년 이래 삼성전자 주식이 베어마켓에 진입한 다음 주가가 추가 하락하는 기간이나 전고점까지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을 제외하곤 그 이후엔 주가가 전고점 대비 20% 이상 추락한 다음에 주가가 다시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까지 모두 6개월을 넘지 않았다.

해마다 삼성전자 주식이 베어마켓에 추락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엔 다름아닌 기관이나 외국인의 투매가 있었다. 2011년엔 1월28일 고점 이후 6월 베어마켓에 진입할 때까지 기관이 130만 주 넘게 팔아 치웠고, 2012년엔 외국인이 210만 주 이상을 쏟아내며 주가를 끌어내려 베어마켓에 빠뜨렸다. 2013년에 베어마켓에 진입할 때도 외국인이 무려 370만 주 가량을 순매도했다. 2014년엔 기관이 매도의 주체였다.


흥미로운 건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매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관이 매도 주체가 되면 외국인은 순매수를 보였고, 반대로 외국인이 대대적으로 팔아 치우면 기관은 매물을 받아 주며 주가의 추가 하락을 어느정도 막아 냈다. 다만 올해는 전고점을 기록한 3월19일 이후 지금까지 외국인과 기관 모두 매도량이 매수량을 초과한다.

"삼성전자가 또 다시 베어마켓으로 떨어졌어?...이거 참,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네. 그런데 이번엔 뭐 특이한 게 있었나?"

한 전문 투자자에게 삼성전자 주식이 또 다시 베어마켓에 떨어졌다는 얘기를 전하자, 이제는 그리 대수롭지도 않다는 게 그의 대답이었다. 시장과 여론의 반응도 그와 특별히 다르지 않은 것 같다. 2011년 이래 매해 반복되다 보니 그럴만도 하겠다.

하지만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주가가 해마다 전고점 대비 20% 이상 추락해서 베어마켓으로 진입한다면 우연이라고 보기엔 지나칠 정도로 정도가 심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미국의 애플이 2011년 이래 단 한번 베어마켓에 빠졌던 점과 비교하면 뭔가 이상한 건 틀림없어 보인다.

이는 삼성전자가 위기에 취약하다든가 업황의 사이클에 너무 민감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쯤 되면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 삼성전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주식이 되고 만다. 지난 5년 동안 해마다 주가가 20% 이상 떨어질 정도로 변동성이 심한데 어떤 장기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선호하겠는가. 게다가 배당이 많은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시총 1위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는 것 정도로만 여겨선 안된다. 장기 투자를 유인하는 쪽으로 주가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내 시총 1위 기업의 주가가 이렇게 심하게 출렁거리는데 뒷짐지고만 있다면 주주의 부(富) 증대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

지난 3년 간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 주식이 베어마켓 진입을 반복하는 동안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2015년 7월31일 종가(118만5000원)는 3년 전인 2012년 7월31일 주가(130만9000원) 보다 9.5% 낮다.

한편, 단기 투자자 입장에겐 삼성전자 베어마켓 진입이 단기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2011년 이래 삼성전자 주식이 베어마켓에 진입한 뒤에는 주가의 추가 하락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고(최대 -14%) 6개월 후면 어김없이 전고점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조금씩 사 모으면 6개월 후엔 적어도 20% 이상의 단기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패턴이 반복된다면 말이다.

/자료=google finance,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자료=google finance,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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