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미로'같은 롯데家 지분구조 살펴보니…

머니투데이 세종=정진우 기자 2015.08.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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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개한 롯데 소유지분도… 순환출자 고리 416개, 전체 대기업집단의 91%

'롯데월드 미로'같은 롯데家 지분구조 살펴보니…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가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공개한 롯데가(家)의 복잡한 지분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형제의 난으로 복잡해진 롯데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그림 참조)를 갖고 있다. 국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전체 순환출자 고리 459개 중 무려 91%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가 공개한 지분도를 보면 '롯데쇼핑→롯데카드→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 롯데쇼핑→대홍기획→롯데정보센터→롯데쇼핑,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쇼핑→롯데제과'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선 롯데의 이런 지분도에 대해 암호 해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분구조가 복잡해 마치 놀이공원에 있는 '미로찾기'와 같다는 의견도 많다.

롯데쇼핑 지분 0.9%를 보유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이처럼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해왔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쇼핑 외에 롯데제과(6.8%)와 롯데칠성음료(2.4%) 등 일부 상장사를 통해서도 그룹을 총괄했다.



신동주 전 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두 형제간 한국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분율은 비슷하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 회장 지분율은 13.46%, 신 전 부회장 지분율은 13.45%로 0.01% 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특히 신영자 이사장도 롯데쇼핑 지분 0.74%를 갖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우호지분에 따라 얼마든지 대주주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의 실질적인 지배구조 정점은 국내가 아닌 일본 비상장사인 광윤사다. 국내 상장사들의 지분 경쟁이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의 지분 33%를 가진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알려진 곳이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 30%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이보다 적은 25%, 신 총괄회장은 10% 미만, 신 이사장은 1%도 채 안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호텔 지분의 19%를 보유 중이며 롯데호텔은 롯데쇼핑(8.83%), 롯데칠성(5.92%), 롯데제과(3.21%)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결국 광윤사의 지분을 더 많이 차지하는 사람이 롯데그룹을 전반적으로 장악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롯데가 경영권 분쟁은 일본 롯데 홀딩스에 대한 지분 경쟁이다 보니 일본롯데홀딩스를 접수하면 자연스럽게 모두 넘어가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구조에서 가장 복잡한 형태를 보인 기업이 롯데인 탓이다. 이번 분쟁을 계기로 롯데그룹 내에서 계열분리 혹은 인수합병(M&A)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룹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롯데는 그동안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고리 등을 조사할 때마다 가장 복잡한 구조를 보인 기업"이라며 "롯데의 이번 분쟁으로 그룹 지분구조나 순활출자 고리 등에 변화가 있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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