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민어보다 더 높게 쳐줬던 닭 "나 이런 보양식이야"

머니투데이 글=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2015.08.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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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사이언스톡]콜라겐·리놀렌산 등 영양소 다량… 삼계탕·초교탕 등 요리법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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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전공해서인지 여름철이면 늘 받는 질문이 있다. 더운 여름을 견디기 가장 좋은 보양식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지치고 피곤한 여름의 해결책으로 보양식을 떠올리는 것이다.

실제 우리 조상들은 건강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계절에 따른 바른 음식 먹기'라고 보았다. 그래서 제 철에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주재료로 한 영양분위주의 보신 음식을 꼭 챙겨먹었다.



보신탕·민어보다 더 높게 쳐줬던 닭 "나 이런 보양식이야"


예로 한 여름 더위로 몸이 허약해 질 때쯤 해서 장만해 먹는 복(伏) 날 음식이 있다. 복날 음식이라면 개를 잡아 파, 마늘과 들깨 잎을 넣고 끓이는 개장국을 떠 올리지만 이는 주로 남쪽 지방의 풍습이었다. 서울 중부지역에서는 민어탕 그리고 닭에 인삼과 찹쌀을 넣고 끓인 삼계탕, 육개장, 그리고 장어 등이 유명했다.

이렇게 다양한 보양식이 있지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될 수 있는 닭고기에 대해서 알아보자.



닭고기를 이용한 가장 보편적인 음식인 삼계탕은 어린 닭의 뱃속에 찹쌀과 마늘, 대추, 인삼을 넣고 물을 부어 푹 끓인 음식으로 과거에는 계삼탕이라고 했다.

연계(軟鷄, 영계)를 백숙으로 푹 곤 것을 ‘영계백숙’이라 했는데, 여기에 인삼을 넣어 계삼탕이라고 하다가 지금은 삼계탕으로 부른다. 그런데 지금은 삼계탕이 서민 음식이 됐고 오히려 보신탕이 서민이 먹기에는 부담이 가는 특식이 돼 버렸다.

서울 반가 사람들이 즐겼던 백성 '民(민)'자를 쓴 민어(民魚) 또한 비싼 생선이 돼 먹기에 부담스럽게 됐다.


삼계탕은 한 사람이 혼자 먹기에 알맞은, 작은 크기의 어린 닭의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내고, 그 안에 불린 찹쌀과 인삼, 대추, 마늘 등을 넣는다. 안에 넣은 재료들이 밖으로 빠져 나오지 않도록 실로 묶고 물에 넣어 서서히 끓인다.

삼계탕 맛의 비결은 신선한 닭과 뚝배기에 뜨겁게 끓여 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삼계탕 외에도 여름철 보양식으로 추천할 만한 닭으로 만든 음식들이 많다.

임자(깨)를 넣어 끓인 임자수탕도 복날 음식 중 하나다. 닭을 푹 삶아 건져 살은 뜯어 놓고 닭 육수는 기름기를 걷어내고 차게 식힌다. 흰깨를 볶아 넣어서 곱게 가는데, 이 때 닭 국물을 붓고 갈아서 체에 거른 다음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고명으로는 고기 완자와 오이, 고추, 표고 등에 녹말가루를 묻혀서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내고, 황색 지단과 미나리 지단을 만들어 골패형으로 썬다. 대접에 닭고기와 고명을 두루 얹고 깻국을 부어서 낸다. 깨의 고소함과 닭 국물이 잘 어우러져 맛도 좋고 영양적으로도 아주 우수하다.

그리고 '초교탕'은 궁중에서 즐기던 닭 음식이다. 삶은 닭고기를 가늘게 가르고 도라지, 표고, 미나리 등을 합해 밀가루와 달걀을 풀어 한 수저씩 끓는 장국에 떠 넣어 끓인 탕이다.

비슷한 이름의 닭요리로 '초계탕'이 있는데 이는 닭을 토막 내어 끓이다가 오이, 석이, 표고, 목이 등을 골패형으로 썰어 볶아 넣고 달걀지단을 올린 탕이다.

요즘은 닭으로 맵게 끓인 국을 육개장에 비유해 '닭개장'이라고 하는데 닭을 푹 삶은 다음 살을 뜯어서 갖은 양념을 해 육개장처럼 맵게 끓인 것으로 주로 여름철에 많이 먹는다.

이렇게 닭고기는 과거부터 우리 조상들과 매우 가까운 식재료였다. 이미 중국인이 쓴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도 '마한에 긴 꼬리 닭이 있다'는 기록으로 보아 우리나라의 닭 사육 역사는 2,000여 년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고구려 무용총에도 긴 꼬리 닭 그림이 존재하며, 삼국시대 무사들은 닭의 용맹함을 얻기 위해 닭의 꼬리 깃으로 모자를 장식했다. 고려시대 궁중에서는 시간을 알리는 닭을 사육하고, 한 해를 보내며 잡귀를 쫓는 의식에 제물로 사용했다.

조선시대에도 오계와 같은 닭을 식용, 약용으로 활용한 사례가 '식료찬요', '동의보감' 등에 기록돼 있다. 심지어 조선 중기 화가 변상벽은 ‘자웅동추’라는 꼬리가 긴 닭 그림을 남겼고 후배화가인 마군후는 이 그림에 닭에 인삼과 약재가 어우러지면 최고의 공을 세운다고 썼으니 재미있다.

그럼, 닭고기는 어떻게 보관하는 것이 좋을까? 닭고기는 다른 고기에 비해 부패되기 쉬우므로 구입 후 바로 조리해서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양이 많거나 조리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때는 반드시 냉장고에 넣어두고(1∼5℃) 하루 이틀 안에 조리하는 것이 좋다.

닭고기는 다른 고기에 비해 고깃결이 부드럽기 때문에 얼려서 보관하면 맛이 떨어진다. 손질법은 지방 부분을 제거한 뒤 조리에 사용하는데, 모래주머니나 내장류는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불순물을 제거해야 한다.

전체적인 생 닭고기의 일반성분은 단백질 20.7%, 지방 4.8%, 무기질 1.3% 정도며, 칼로리는 100g당 173kcal이다. 닭고기는 지방이 많고 칼로리가 높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칼로리의 경우, 날개가 204kcal로 높지만, 가슴살(101kcal), 다리살(104kcal) 등은 삼겹살(210kcal), 쇠고기 등심(224kcal)에 비해 낮다. 그리고 콜레스테롤에 영향을 주는 지방은 주로 껍질에 분포하므로 이를 제거하면 과다한 지방 섭취를 피하는 것이 가능하다.

닭고기는 고단백 식품으로 특히 닭 가슴살은 다른 동물성 식품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22.9%로 월등히 높아 체중조절에 신경 쓰는 운동선수나 여성들에게 필수 건강식으로 이용된다.

또한 소화흡수가 잘되기 때문에 이가 불편한 노인이나 어린이, 회복기 환자들 및 임산부에게도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다. 닭고기의 단백질은 전체 함량과 메티오닌 등 필수아미노산이 쇠고기보다 더 높고 두뇌 성장을 돕는 단백질이 풍부하다.

함유황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이 풍부해 간장의 해독작용, 콜레스테롤 합성 또는 분해, 지방간 예방, 항동맥경화, 정력 감퇴를 예방한다.

닭 날개 부위에 풍부한 콜라겐 성분은 피부 탄력과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피부 건강 유지에 꼭 필요한 필수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이 육류 중 가장 높다.

또한 닭고기에는 불포화지방산 중 오메가3 지방산인 리놀렌산이 함유돼 있어 암, 동맥경화, 심장병 등의 예방을 돕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린다.

특히 닭가슴살에는 피로회복물질인 이미다졸디펩티드가 100g당 약 200mg을 함유하고 있어 피로해진 여름철에 더욱 효과적이다.

이와 같이 여름철 보양식으로 무엇보다 닭고기가 강자라고 추천하지만 한 마디만 덧붙이고 싶다.

오히려 한 여름 더위로 소화 기능이 약해 질 우려가 있을 때는 고단백 고기류보다 죽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복날에 죽을 쑤어 먹으면 논이 생긴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니 보신을 더함과 빼줌의 양 측면에서 다 생각해 준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다.

더욱이 죽으로는 콩과 쌀을 물에 불려 맷돌에 갈아 만든 콩죽을 제일로 삼았는데 이 또한 콩 속의 질 좋은 식물성 단백질 효과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뜨거운 여름철 보양식의 진정한 강자는 다름 아닌 각자의 몸 상태에 따라 적절한 보양식을 선택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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