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쿠데타'… 롯데家 지분 확보에 '사활'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15.07.2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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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완승 판단 일러… 지분경쟁 불가피, 신영자 이사장 '캐스팅보트'도 관건

롯데그룹판 '왕자의 난'이 신동빈 회장(61)의 완승으로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관측이다. 신 회장이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62)의 반란을 제압했지만 복잡한 지분구도와 가족관계 역학상 언제든지 균형추가 기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29일 한 재계 관계자는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다"는 말로 롯데그룹 사태를 정리했다.



신 회장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운 신 전 부회장의 반란을 진압하고, 신 총괄회장마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해 '일인천하'체제를 다졌다. 그러나 한일 롯데그룹 전부를 지배할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언제든 '쿠데타'가 재발할 여지를 남겼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특히 신 회장의 이복누나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74)에 시선이 집중된다. 신 이사장은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신 총괄회장을 데리고 일본에 동행했다. 형제간 힘겨루기에서 신 이사장이 신 전 부회장 측에 섰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신 이사장은 주요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0.74%)과 롯데제과(2.52%), 롯데칠성음료(2.66%), 롯데푸드(1.09%), 롯데정보통신(3.51%),롯데건설(0.14%), 롯데알미늄(0.12%) 등이다. 롯데복지재단도 롯데제과(8.69%)와 롯데칠성음료(6.28%), 롯데푸드(4.1%) 등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신 이사장 지분이 그룹내 지분 구도에서 압도적이지 않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롯데제과의 경우 신 이사장은 2.52%를 보유해 신 총괄회장(6.83%), 신 회장(5.34%)에 미치지 못하지만 신 전 부회장(3.95%)과 합치면 신 회장 지분을 넘는다.

롯데쇼핑도 신 회장(13.46%)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13.45%)이 불과 0.01%의 차이밖에 나지 않아 신 이사장(0.74%) 지분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재까지 행보를 보면 신 이사장은 신 전 부회장에 힘을 싣는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롯데홀딩스 임원 6명 해임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 이사장은 그룹 지배의 정점에 있는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 첫째 부인 노순화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신 이사장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아끼는 딸이다.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1979년 롯데백화점 설립부터 성장까지 주도하며 2008년 총괄사장을 맡았다. 그러나 신 회장이 경영에 본격 참여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신동빈·신동주, 광윤사 지분 확보에 사활= 신격호 일가의 지분 경쟁과 함께 주목받는 부분은 일본 광윤사 지분이다.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신 총괄회장-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한국 계열사로 이어진다.

한국 롯데그룹 주요계열사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분포는 신동빈, 신동주 두 형제가 비슷하다.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분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 지분'이 필수적이다. 광윤사를 지배하는 사람이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을 장악할 수 있다.

광윤사는 지분 구조가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지만 신 총괄회장이 50% 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 총괄회장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후계구도가 한순간에 바뀌는 셈이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지분 양도로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각각 광윤사 지분 29%씩을 갖고 있고, 총괄회장 지분은 3%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12%는 우리사주로 알려져 남은 27% 지분 향방에 따라 롯데그룹 지배구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광윤사 지분 27%의 소유주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따라서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남은 광윤사 지분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건 일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격인 L투자회사도 관건이다. 신 명예회장이 대부분 대표를 맡은 일본 L투자회사들은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나눠 갖고 있고, 롯데알미늄과 롯데리아, 롯데푸드 등의 주주명단에도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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