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시 또다시 커지는 '공포'…"대전환의 승부점 온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2015.07.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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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반등에 성공한 중국 A증시가 또 다시 8.48% 대폭락한 다음날인 28일 오전 11시. 중산층이 많이 사는 고급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베이징시 차오양구 푸통동다지에 12번가에 있는 인허증권 왕징서지점 영업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신규계좌 개설과 예탁금 인출 등으로 사람들로 붐벼야 할 10개의 업무데스크는 30분 동안 단 한 사람도 찾지 않았다. 불과 3개월 전 만해도 영업 시작과 함께 주식 계좌를 만들려는 고객들이 몰리며 2시간 이상 대기해야 했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 1시30분, 인허증권에서 800m 떨어진 팡헝국제빌딩 16층 중신증권 왕징영업부. 대형건물 1개 층의 절반을 쓰는 이 영업부도 분위기가 싸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업무데스크는 물론 우수 고객들을 위한 상담실도 고객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신증권 관계자는 "요즘 영업부를 찾는 고객들은 2~3개월 전과 비교할 때 80% 이상 감소했다"며 "주가가 급락하고 있지만 저가 매수에 나서려는 사람들도 없고, 새로운 고객 유입도 사실상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 SNS인 신랑 웨이보의 주식투자 코너에는 더 구체적으로 투자자 공포를 엿볼 수 있다. 구시밍보라는 ID를 쓰는 한 개인 투자자는 "이미 바닥을 찍은 줄 알았는데 또 다시 이렇게 떨어지니 이젠 정말 무섭다"며 "(주식을)사야할 지, 팔아야 할 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 A증시가 투자자들을 또다시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전날 A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8.48% 하락한데 이어 28일에도 1.68% 떨어지며 3663.00으로 장을 마쳤다. 전일 대폭락에도 불구, 이날 반등에 실패하며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6월12일부터 7월8일까지 계속된 32% 대폭락의 악몽이 재현될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폭락 이유가 뭔가? 실체가 없는 공포
특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27일 장 후반 대폭락이 별다른 악재 없이 발생한 것을 놓고 온갖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제통화기금이 중국 정부의 증시 개입을 지적하고 나섰고, 돼지고기 값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 생산자물가지수 하락 등을 폭락의 이유로 꼽지만 이것만으론 8% 대폭락을 설명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실체가 없는 공포에 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전날 A증시에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가 자회사인 중국증권금융공사를 통해 공급했던 2조위안의 구제 금융을 조기 회수할 것이라는 헛소문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이다.


투자자들은 폭락장의 유일한 버팀목이자 해결자로 여겨졌던 '국가대표(정부의 증시 개입)'의 역할이 앞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데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증감위가 증시 투입자금의 조기 회수는 없을 것이라고 즉시 급한 불을 껐지만 한번 놀란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죽했으면 투자자들 사이에 중국 정부가 지난 폭락장 이후 A증시의 위험성을 시험하기 위해 실제 가능한 사건들을 현실화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에 나설 수 있다는 말까지 나돌까.

◇또 다시 불거지는 신용거래의 뇌관
그렇다고 투자자들의 공포가 무작정 뜬구름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구체적인 통계에서 대폭락의 전 조짐을 읽고, 즉각적으로 대응하려 한다. 전날 메릴린치가 A증시의 신용거래 규모가 7조5000억위안에 달한다고 발표하자 증시가 즉각 여기에 반응하며 빠진 것이 단적인 예다. 이 같은 신용거래 금액이 실제로 맞다면 A증시 시가총액의 13%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는 당초 지난 폭락장에서 증권사 신용거래 규모가 2조2000억위안에서 1조4000억위안으로 줄었다고 밝힌 통계가 실제보다 축소됐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메릴린치는 7조5000억위안의 신용거래가 금융자산보장(MF),지분담보대출(SCL),우산형신탁(UT),주식수익호환(SBS),구조화 공모펀드(SMF), P2P(개인간 대출) 등의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감독과 관리가 강화된 상황에서 이처럼 레버리지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누구 말이 맞는지를 경계하고 있고, 그 공포심이 '팔자'로 이어져 다시 대폭락을 부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7조5000억 위안까지는 아니더라도 A증시의 신용거래 규모가 은행 자금 2조 위안, 증권사 자금 2조2000억 위안 등 최소 4조 위안은 넘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폭락장에서 신용거래가 30% 이상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증시를 위협하는 규모다. 여기에 최소 1조 위안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그림자금융(비제도권 금융)'의 신용거래는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아 보이지 않는 공포를 주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지난 폭락장에서 국가대표들의 증시 개입이 너무 지나쳤고, A증시에 또 다른 거품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관망만이 최선책, 3300 지지가 관건
이렇다보니 투자자들은 무조건 이번 폭락을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금 상황은 섣불리 나서기보다 시장이 확실히 이중바닥을 찍는지 확인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하이지수가 전 저점인 3370선을 지킬 수 있는지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인터넷금융 관련법을 강화해 증시에 편법 자금을 대주던 P2P업체들을 80%이상 정리한 것처럼 더 강력하게 투자자금의 거품을 없애주기를 원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중국사무소 이상윤 대표는 "최근 A증시의 폭락장은 2008년과 비슷한 면도 있지만 적어도 폭락의 후폭풍은 그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클 것"이라며 "2008년 A증시는 신용거래 없이 오직 현금으로만 투자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규모를 알 수 없는 신용거래가 버티고 있어 한결 위험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 번의 대폭락을 견디고 중국 증시가 다시 방향성을 잡는다면 내년 이후 큰 폭의 실적장세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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