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안 올리면 꼴등? 이상한 공기업 경영평가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5.07.29 05:10
글자크기

행자부, 상·하수도 공사 경영평가 지표에 '요금현실화율' 대폭 배점… 경영효율화 노력은?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지방공기업 경영실적 평가에 '요금현실화율'이 대폭 반영되면서 정부가 지방 공공요금 인상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기업의 체질개선을 독려해야 행자부가 비용절감 등 경영효율화를 통한 자구노력보다 요금인상을 통한 단기 경영지표를 개선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2014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결과'에 따르면, 행자부는 이번 경영평가에서 상·하수도 공사의 평가지표 중 요금현실화율에 8점을 배점했다. 지난해보다 배점이 6점이나 높아졌다.



요금현실화율이란 1㎥당 요금을 총괄원가로 나누고 100을 곱한 값으로 상·하수도요금을 인상하면 할수록 지표가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요금인상과 동일시되는 요금현실화율에 대해 자치단체별 목표치를 세우게 하고, 공기업 경영평가에 관련 배점을 대폭 높인 것.

행자부 관계자는 "상·하수도 공사의 재정악화가 심각해 요금현실화율 목표치를 제시했지만 자치단체들이 목표율에 너무 밑돌아 관련 평가점수를 높였다"고 말했다.

요금인상을 해야 만성적자를 어느 정도 해소하고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는데 지자체들이 지역민심을 우려해 요금인상에 소극적이라 도입한 고육지책이란 뜻이다.


실제 지자체가 운영하는 하수도의 경우, 지난해 지방공기업 전체의 적자를 합친 것보다 많은 1조3362억원의 경영손실을 기록했다. 2010~2014년까지 5년간 지방 상·하수도 기업의 적자를 모두 합치면 4조8973억원에 달한다.

행자부가 직접 나서서 2017년까지 하수도는 70%, 상수도는 90%로 요금현실화율을 끌어올리기로 한 배경이다. 하지만 자치단체들은 행자부가 공기업 경영평가지표에 요금현실화율을 지나치게 높게 반영해 요금인상 외의 경영정상화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는 기현상을 낳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울산의 상수도 요금현실화율은 100%를 넘어 요금현실화율 평가항목에 만점인 8점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경영평가 결과 '다' 등급을 받았다. 울산의 요금현실화율이 낮았더라면 그보다 낮은 '라'나 '마' 등급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한 지자체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상·하수도 요금을 올리는 지자체가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공기업 경영평가는 통상 0.5점의 미세한 차이로 등급이 달라지는데 (요금현실화율이) 8점이나 차지하다보니 사실상 경영평가가 아니라 요금인상에 대한 중간점검이 됐다"고 말했다.

이남국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상·하수도 공기업의 적자가 심각하고 지자체별 요금 편차가 커 평준화가 필요하긴 하나 요금현실화율에 대한 공기업 경영평가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행자부의 이번 평가결과에 따라 지방공사·공단 임직원의 성과급이 차등 지급된다. 하위등급을 받은 지방공사·공단 임직원은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하며, CEO와 임원은 다음연도 연봉이 동결되거나 5~10% 삭감되게 된다.

행자부는 하위평가를 받은 기관에 대해서는 전문컨설팅단을 구성해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사업규모 축소, 조직개편, 법인청산 등 경영개선명령을 시달할 계획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