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형의 경영권 장악 시도, 동생의 반격=28일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이날 긴급 이사회를 통해 신격호 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고 대신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실권이 없는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신격호 회장의 일본 롯데 경영권은 급격히 위축됐다. 다만 신 회장의 한국 롯데그룹 총괄회장직은 계속 유지된다.
이에 신동빈 회장 측은 이날 오전 다시 이사회를 열고 롯데홀딩스 기존 임원들에 지위를 재확인하는 한편 신격호 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해임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이에 롯데홀딩스는 '신격호-신동빈-쓰쿠다 다카유키' 3인 각자 대표 체제에서 신격호 회장이 배제된 '신동빈-쓰쿠다 다카유키' 2인 각자 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롯데그룹은 이와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안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독립적인 의결사항이며 한국 사업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신격호 회장이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주요 경영사안에 대한 보고를 계속 받고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대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예회장으로 직함만 바뀔 뿐 신격호 회장의 경영권은 유지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재계는 이번 이사회 결정을 신동주 전 부회장의 쿠데타 실패와 신격호 회장의 경영 퇴진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기습적인 신동빈 회장 해임 시도가 사실상 실패로 끝났고 이 과정에서 신격호 회장의 일본 롯데 경영권이 대폭 약화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동빈 회장의 지위는 한층 공고해졌다. 무엇보다 신격호 회장이 거동은 물론 대화까지 불편한 93세의 고령이라는 점이 경영 퇴진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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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신동빈 회장측이 사전에 경영권 탈환 시도를 감지하고 일찌감치 대응책을 준비해왔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는 게 최근 롯데그룹의 긴급 사장단 회의다.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 15일 정기 사장단 회의가 있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고 이 비상 사장단 회의의 내용에 대해서는 절대 함구령이 내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신동빈 회장이 정기 사장단 회의 직후 다시 사장단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이례적인 일로 그룹의 최고 임원들이 긴밀히 협조해야 하는 매우 긴급한 현안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경영권 쟁탈전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신격호 회장이 이번 롯데홀딩스 대표 해임에 동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회장이 비록 언행이 불편한 고령이지만 불같은 성격은 여전하다"며 "건강상태가 회복되면 이번 해임 건에 대해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