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의 진화 ‘크라우드 펀딩’, 지원인가, 투자인가?

머니투데이 테크M 편집부 머니투데이 2015.08.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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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의 진화 ‘크라우드 펀딩’, 지원인가, 투자인가?


크라우드 펀딩 관련 조항이 반영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7월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크라우드 펀딩 기업은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 명문화되고 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의무와 권리에 대한 조항이 포함돼 크라우드 펀딩 기업의 공신력이 향상되는 계기가 됐다.



크라우드 펀딩은 1990년대에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주로 문화예술 프로젝트의 비용을 후원하는 수단으로 첫 선을 보였다. 지분투자 또는 P2P 대출형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등장했는데,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이 지분투자형에 초점을 둔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기존의 엔젤 투자, 그리고 신디케이션(Syndication, 연합) 투자가 결합해 진화한 것이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은 다음과 같은 점들이 기존 투자방식과 다르다.

첫째, 투자자는 고액자산가가 아니라 평범한 대중이다. 과거에는 충분한 재력과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이 엔젤의 주종을 이뤘지만,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둘째, 투자자는 엔젤처럼 이미 충분한 기업 경영, 창업, 투자 경험을 지닌 전문가일 필요가 없다. 셋째, 투자자들 사이에 익명성과 평등성이 유지된다. 과거의 연합 투자에서는 대개 주(主) 투자자와 종(從) 투자자의 역할이 구분되는 것이 관행이었다. 또 투자자들은 서로 이해관계를 가능한 한 일치시키면서 기업을 상대로 투자 조건을 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그것이 어렵다. 넷째, 투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실사와 경영자 감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이는 본질적으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파생시킨 문제다. 투자를 목적으로 한 크라우드 펀딩의 존재 이유는 이 문제와 깊이 연관 지어 생각해 봐야 한다.

낙관적인 엔젤 투자, 리스크도 커
크라우드 펀딩이 기존의 엔젤 투자가 진화한 형태라면, 그동안 엔젤 투자가 어떤 특성을 지녔는지 비교해봄으로써 크라우드 펀딩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엔젤 투자는 투자에 관심 있는 적극적인 사람들이 참여해 왔다. 이들은 이미 벤처 창업과 투자금 회수에 성공해 풍부한 재력을 보유한 사람이거나 신기술 및 관련 시장 동향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 또는 현재 기업체를 실제로 경영하면서 기업의 성장 메커니즘 전반에 대한 이해력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엔젤은 주로 이런 배경을 지니고 있다. 또 이들은 종종 클럽을 결성해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투자기업 발굴과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엔젤투자자들은 비록 벤처캐피털(VC)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경영자 통제나 투자 위험 절감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경영자 통제수단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이사회 의석 확보다. 2010년 앤드류 웡(Andrew Wong, 2010)이 1990년대에 엔젤투자를 받은 기업 14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엔젤투자자는 평균적으로 이사회 의석의 18%를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들은 투자 위험 절감을 위해 신디케이션, 단계투자, 발행증권의 종류 선택, 기타 여러 가지 약정 체결을 한다. 심지어 기업을 상대로 지분에 대한 매도옵션 조항을 확보한 사례가 조사대상 중 38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런 엔젤 투자자가 얻는 실제 성과는 어느 정도일까? 과연 적절한 수준의 수익률, 예를 들어 채권에 투자한 만큼의 수익률 이상은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엔젤 투자 수익률에 대한 통계는 엔젤 투자 현황만큼이나 입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엔젤 투자에 대한 연구는 주로 표본 조사를 통해 이뤄지지만, 그것만으로도 엔젤 투자의 실상을 어느 정도는 엿볼 수 있다.


그 중의 하나로 윌트뱅크(Robert Wiltbank, 2006)가 121명의 엔젤투자자가 이룩한 414건의 회수(exit) 실적을 분석한 것을 살펴보면, 총 200건이 전액 손실을 기록했다. 엔젤투자의 절반은 투자한 돈을 한 푼도 못 건지고 전부 날린 것이다. 전액 손실과 부분 손실을 포함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비율은 약 3분의 2다. 3분의 1만이 플러스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엔젤의 진화 ‘크라우드 펀딩’, 지원인가, 투자인가?
윌트뱅크의 조사 결과를 구간별로 대표 수익률을 산정해 가중평균수익률을 추산해본 결과 3.9%가 나왔다. 이 수치는 통상적인 무위험 국채투자수익률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414건은 하나의 주체가 관리하는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여러 개별 주체가 별도로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3.9%라는 수익률은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개별 엔젤투자자의 수익률이지만, 조사결과에서 보듯 적어도 수익률의 상하 편차, 즉 투자의 리스크는 대단히 크다. 엔젤 투자는 대개 시장의 분위기와 기술 추세에 대한 낙관적 기대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내내 눈에 띄지도 않던 엔젤 투자가 1999~2000년에 비정상적일 정도로 폭증했던 현상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지금도 주식시장이 활황이거나 창업기업의 IPO 성공 사례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엔젤 투자도 부화뇌동하는 경향이 있다. 엔젤 투자 규모 자체가 연간 기복이 매우 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엔젤투자자들은 대부분 기술 분야에 대한 지식 또는 본인의 경영과 투자 경험에 바탕을 두고 고수익을 기대하면서 들어오지만 앞의 조사 결과에서 보듯 그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다.

한편,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대중들은 비록 대상 사업에 대한 관심은 지대할지 몰라도 엔젤투자자나 여타 기관투자자만큼 경영에 대한 열정이나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적어도 지원이나 후원이 아니라 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크라우드 펀딩이 지닌 위험도는 엔젤투자보다 높아 보인다.

글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본 기사는 테크엠 (테크M) 2015년 8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 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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