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2015 임단협 1차 교섭. /사진=뉴스1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5일 쟁의대책위원회 소식지에 올린 '한국 조선산업은 사양산업인가'라는 글을 통해 "비관론의 좌판을 펴놓은 공포 마케팅은 역효과만 부른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위기설이 돌면 먼저 소문을 잠재워야 할 회사와 정부가 오히려 부채질하거나 불구경하는 점도 이상하다"며 "지난해보다 올해 선박발주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비관론을 파는 좌판'을 펴놓고 공포 심리를 마케팅해서는 곤란하다"고 전했다.
낙관론은 계속 이어졌다. 노조는 "최근 국내 조선산업이 고른 수주를 한 원동력은 주로 중대형 탱커와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그리고 해양플랜트 구조물 제작에서 뛰어난 강점을 가진 것"이라며 "반면 벌크선과 같은 상선 중심인 중국, 일본 조선산업은 운임폭락 등으로 수주가 급감해 국내 조선은 내년에는 수주잔량까지 더해 4관왕을 바라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노조는 중국과 일본의 조선산업 몰락 원인에 대해 사내하청과 파견으로 인한 숙련 노동자 확보의 어려움을 꼽았다. 일본의 경우 1970년대 중반 16만명에 달하던 조선 인력이 2010년 5만으로 줄어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가 힘들어 중형 조선업체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노조는 "조선산업의 선박 교체 주기와 새 선박 수요 등 앞으로 성장국면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므로 세계최고의 기술력과 노동력을 유지하면서 다가올 성장 시기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 산업위기, 사양산업’이라는 등 근거 없는 위기설을 퍼트리는 회사나 정부의 목적은 고용불안을 조성해 임금협상 등에서 인건비나 복지비용 등을 줄이는 것, 더 나아가 정리해고·단체협약 개악·사내하청과 비정규직을 늘려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림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주장이 임단협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주 3관왕은 허울뿐이지 실제로는 글로벌 발주량이 대폭 줄면서 국내 업계의 감소폭이 중국과 일본에 비해 더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발주량은 지난해 상반기의 49.2% 수준으로 줄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조선가가 좀처럼 오르질 않아 현재 건조물량으로 수익이 얼마나 날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5월 139.8을 기록한 신조선가지수는 올해 5월 132.9로 오히려 떨어졌다. 올해 4월 1척당 9650만달러이던 초대형유조선 가격은 지난달 9550만달러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상선들도 척당 50만달러 가량 가격이 하락했다.
유가 하락세 역시 조선업계에 어두운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유가하락과 셰일가스 여파로 해양플랜트 발주는 가뭄에 콩 나듯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지난해 사상최대 적자를 낸 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왔다"며 "위기를 극복하고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