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40만원위해 버스킹"…'한강'에 몰리는 프로 가수들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2015.07.29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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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거지, 김덕희 등 프로 연주자들의 거리공연…가수들의 '남모르는' 속사정

한강에서 버스킹 공연 중인 가수 김정균(a.k.a 김거지). /사진제공=김거지 페이스북한강에서 버스킹 공연 중인 가수 김정균(a.k.a 김거지). /사진제공=김거지 페이스북


"월셋날이 다가옵니다!"

지난해 정규 1집 '달동네'를 낸 가수 김거지(본명 김정균)는 올여름, 주말마다 기타를 메고 한강 마포대교 아래에서 노래를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조깅을 하며 그의 앞을 지나치지만 나름 인지도 있는 그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2011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타고 데뷔한 그는 시적인 가사와 깨끗한 기타선율로 주목받았다. 브라운아이드소울, 버즈 등이 소속된 소속사에 들어가 앨범을 내며 각종 유명 페스티벌 등에도 참가하고 있다.



그러던 그가 '월세를 벌겠다'며 한강으로 나왔다. 이유가 뭘까. "월세 40만 원을 버스킹으로만 채워보겠다는 목표가 있어요. 제 안의 음악적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나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솔직히 음악하는 사람들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것도 사실이에요."

야외 공연하기 좋은 여름을 맞아 한강, 홍대, 신촌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장소들이 버스킹하는 아티스트의 무대로 바뀌고 있다. 특히 아마추어가 아닌 생활고를 해결하려는 프로 가수들이 이곳에 몰리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프로 가수들은 "이곳의 경쟁이 치열해 자리 잡기도 힘들 지경"이라고 토로한다.



이들 프로 가수들이 버스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고 해결'. 앨범 제작과 활동 비용을 공연을 통해 번 돈으로 메우는 현재 음악 시스템에선 웬만큼 유명해지지 않고서는 충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음반 제작은커녕, 생활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프로 가수들도 적지 않다.

가수 김덕희는 버스킹을 하며 생활비를 버는 대표적인 아티스트다. 20여 년 전부터 기타 하나를 메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록, 발라드, 트로트 등 장르를 넘나들며 노래한다. 지금은 라디오 방송 출연까지 하고 있지만 여전히 버스킹을 놓지 못한다.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고 라디오에 출연하다가 올라오는 길에 활동비가 부족하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장비를 꺼내 공연을 한다"며 "그렇게 생활비를 많이 충당했다"고 말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티스트들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은 버스킹, 그 다음으로 실용음악학원이나 생활음악교실 등을 다니며 보컬지도를 통해 수입을 챙긴다. 김덕희는 "지역 음악교실 등에서 노래를 가르쳐주고 돈을 버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첫 디지털 싱글앨범 '스턱'을 낸 싱어송라이터 UZA(본명 오한솔)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UZA 페이스북지난 4월 첫 디지털 싱글앨범 '스턱'을 낸 싱어송라이터 UZA(본명 오한솔)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UZA 페이스북
지난 4월 첫 디지털 싱글앨범 '스턱'을 낸 싱어송라이터 UZA(본명 오한솔)도 공연하는 틈틈이 버스킹과 학원 강사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그는 "홍대 클럽 공연도 정기적으로 하지만 거의 홍보 차원에서 하고 있어 수입이 나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가수는 넘쳐나고 외부 수입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한강 등 제법 손쉬운 무대도 경쟁이 치열하다. 여름 한철 '특수'를 잡기위해 '노래 좀 한다'는 이들이 대거 몰리는 바람에 프로 가수들이 아마추어 가수들과 '자리 다툼'을 벌여야하기 때문. 여기에 간격이 좁은 곳에서 공연이 연달아 열리니, 음향 간섭도 심하다. 프로 가수라도 특히 발라드 가수들은 붐비는 야외 관객들로부터 소외받기 일쑤다.

버스킹이 생활고 해결이란 목적에 맞춰지면서 창작을 우선 순위로 삼아야할 프로 가수들의 본령도 점점 잊히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로 가수는 "처음 음악을 하려고 마음먹었던 이유는 '이게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에 가끔은 서글퍼진다"며 "무엇보다 동료 아티스트들이 생활에 치여 처음의 열정, '빛'을 잃어가는 것을 볼 때 가장 가슴 아프다"고 전했다.

"음악가들이 유명해지겠다, 성공하겠다 이런 허황된 꿈을 꾸는 게 아니거든요. 성실하게 음악 만들면서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은건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김거지)

버스킹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쪽은 버스킹이 생활비 수급과 함께 또 하나의 음악활동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김덕희는 "공연, 음반판매를 통해서 음악활동을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본다"며 "버스킹을 통해 관객과 함께하는 그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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