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 없애고 '배당' 준다…택시협동조합 국내 첫 탄생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5.07.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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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동 전 국회의원, '우리사주형' 협동조합 설립…회생기업 인수해 노란색 '쿱' 택시 가동

박계동 전 국회의원이 사비를 털어 인수한 후 택시기사 모두가 조합원이 되는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선보일 노란색 'coop' 택시 /사진제공=한국택시협동조합<br>
박계동 전 국회의원이 사비를 털어 인수한 후 택시기사 모두가 조합원이 되는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선보일 노란색 'coop' 택시 /사진제공=한국택시협동조합


한국 최초로 '우리사주형' 택시협동조합이 출범한다. 모든 직원이 출자금을 분담해 조합원이 되고 이익을 배당받는 실험적 모델이다. 배당을 주기 위해 택시 수입을 조합이 투명하게 전액 관리하기 때문에 사납금 제도도 없다.

대신 택시기사들에게는 매달 50만원의 복지카드가 주어진다. 운송수입이 투명하게 관리되려면 식비, 담뱃값 정도는 회사가 실비를 지원해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1호 택시협동조합의 출범으로 사납금제와 열악한 근무조건, 그로 인한 서비스 질의 저하 등 택시업계의 악순환 고리가 끊어질지 주목된다.



박계동 한국택시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8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14일 서울시청광장에서 협동조합 출범식을 갖고 택시영업을 개시한다"며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등 전국에 택시협동조합을 선보이고 향후 청소용역, 관광버스, 상조, 금융까지 영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출범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해 한국택시협동조합의 차량인 노란색 '쿱(coop)' 택시를 시승한다. coop는 협동조합(cooperativa) 및 협력(cooperazione)을 뜻하는 이태리어다. 지난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래 서울에서만 1950여 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지만 택시협동조합이 서울에서 출범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1월 부산에서도 택시협동조합이 출범했지만 기존에 택시 회사를 보유하고 있던 소수의 조합원이 지분을 독식하면서 차별화에 실패했다. 하지만 한국택시협동조합의 경우 이날 현재 조합원 교육을 마친 153명 중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지연된 40명을 빼고 각자 2500만원씩 출자금 납입을 마쳤다.

택시기사들 상당수는 사업에 망했거나 보증을 잘못 서고 사기를 당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신용등급이 낮다. 하루 벌어 하루 입에 풀칠하기 바쁜 택시기사 153명을 조합원으로 규합시킨 장본인은 14, 17대 국회의원 및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박 이사장이다.

박 이사장은 1995년 대정부 질문에서 '노태우 비자금 4000억원'을 폭로해 헌정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구속을 이끌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15대, 16대 국회 등원에 실패한 후 2000년 택시기사로 변신해 11개월간 일하기도 했다.


조합을 출범시키기까지 꼬박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지난 4월 회생기업 매물로 나온 ㈜서기운수를 40억100만원에 인수하면서 속도가 붙었지만, 인수과정은 피 말리는 '전(錢)과의 전쟁'이었다.

박 이사장은 "비정규직 600만명, 자영업자가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려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선 협동조합을 비롯해 사회적 경제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대안"이라며 "정부가 사회적 경제를 육성하겠다고 하지만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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