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동 전 국회의원이 사비를 털어 인수한 후 택시기사 모두가 조합원이 되는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선보일 노란색 'coop' 택시 /사진제공=한국택시협동조합
대신 택시기사들에게는 매달 50만원의 복지카드가 주어진다. 운송수입이 투명하게 관리되려면 식비, 담뱃값 정도는 회사가 실비를 지원해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1호 택시협동조합의 출범으로 사납금제와 열악한 근무조건, 그로 인한 서비스 질의 저하 등 택시업계의 악순환 고리가 끊어질지 주목된다.
출범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해 한국택시협동조합의 차량인 노란색 '쿱(coop)' 택시를 시승한다. coop는 협동조합(cooperativa) 및 협력(cooperazione)을 뜻하는 이태리어다. 지난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래 서울에서만 1950여 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지만 택시협동조합이 서울에서 출범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택시기사들 상당수는 사업에 망했거나 보증을 잘못 서고 사기를 당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신용등급이 낮다. 하루 벌어 하루 입에 풀칠하기 바쁜 택시기사 153명을 조합원으로 규합시킨 장본인은 14, 17대 국회의원 및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박 이사장이다.
박 이사장은 1995년 대정부 질문에서 '노태우 비자금 4000억원'을 폭로해 헌정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구속을 이끌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15대, 16대 국회 등원에 실패한 후 2000년 택시기사로 변신해 11개월간 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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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을 출범시키기까지 꼬박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지난 4월 회생기업 매물로 나온 ㈜서기운수를 40억100만원에 인수하면서 속도가 붙었지만, 인수과정은 피 말리는 '전(錢)과의 전쟁'이었다.
박 이사장은 "비정규직 600만명, 자영업자가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려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선 협동조합을 비롯해 사회적 경제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대안"이라며 "정부가 사회적 경제를 육성하겠다고 하지만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