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졸 천재 프로그래머' 불행한 사연에…"IT기업 7~8곳서 연락"

머니투데이 구예훈 기자 2015.07.0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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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 사업 부도에 대학 포기, 졸작 대행하다 입건…"벤처 사업가 꿈 생겼다"

"실력을 더 쌓아 벤처사업가로 성공하고 싶습니다."

대학생들에게 졸업작품(졸작)을 대신 만들어 팔아 경찰에 입건됐던 '천재 고졸 프로그래머' A씨(23)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원서비 몇 만원이 없어서 대학을 포기하고 '고졸'을 받아주지 않는 취업장벽으로 일자리도 구할 수 없었지만 A씨의 재능을 알아본 사람들이 없지 않았다.



A씨는 7일 머니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보도가 나간 뒤 경찰과 언론 등을 통해 약 7~8곳의 IT기업에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계속 얘기를 주고받는 중"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이 탐낼 만큼 A씨의 재능은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 A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인터넷을 통해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익혔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재능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A씨는 "인문계 고등학교에는 야간자율학습도 있고 다른 공부도 해야돼서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시간적으로 여유도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공고에 진학했다"고 설명했다.

선택은 옳았다. 고교시절 A씨는 한국정보올림피아드와 서울시 정보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화려한 수상실적을 바탕으로 카이스트(KAIST) 컴퓨터 영재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기획재정부가 뽑는 'SW 마에스트로 100인'에 선발됐다. A씨의 앞날은 탄탄대로 같아 보였다.

불행은 고3 때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나며 시작됐다. 충격으로 부모님이 병으로 쓰러졌다. 살던 집을 내주고 월세집으로 이사했다. 대학 진학도 포기했다. A씨는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지원하려고 했지만 대학당 7만~8만원 하는 수시 원서비가 너무 비싸 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 된 A씨는 취업을 하고 싶었지만 '고졸'을 받아줄만한 곳은 없었다. A씨는 "취업도 하고 아프신 부모님을 함께 돌볼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또 웬만한 기업들은 '대졸 이상'을 지원 자격으로 두고 있어 지원조차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A씨는 집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공대생들에게 졸작을 대행해주겠다는 홍보를 하고 주문의뢰를 받았다.

2012년 9월부터 지난 5월까지 A씨는 한 건당 35만~45만원을 받고 대학생 200여명에게 자신이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을 판매했다. 대부분 A씨가 고등학교 때 만들어 각종 대회에서 입상한 프로그램들이었다. 약 3년 동안 5200여만원을 벌어들인 A씨는 월세와 생활비 등으로 지출했다. A씨 집안의 유일한 소득이었다.

지난달 1일 A씨는 대학생들에게 졸업작품을 판매한 혐의(업무방해)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했다.

현재 서울에서 공익근무를 하고 있는 A씨는 "정직하게 땀 흘려서 일하고 싶다"며 "후에 실력을 더 쌓아 벤처 사업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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