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을 장남에게…' 아버지 유언, 절대적일까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2015.07.07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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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시대<2>]남은 가족들 생계·형평성 보호하기 위한 '유류분' 제도

편집자주 대법원이 발간하는 사법연감에 따르면 상속을 둘러싼 소송은 2004년 2만1709건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3년에는 3만5030건에 달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지속되고, 노년층의 재산이 중·장년층에 비해 많은 상황이 지속되는 한 상속 관련 소송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속과 관련된 문제점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모았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사업상 어려움을 겪고 있던 A씨는 지난해 말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변호사를 통해 유언을 확인하고 망연자실했다. 아버지가 모든 재산을 큰아들인 A씨의 형에게 남긴다고 밝힌 것. 아버지의 자필로 작성된 유언장은 가정법원의 검인 절차까지 거쳐 효력 면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버지가 A씨보다 장남인 형을 더 아꼈던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섭섭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무엇보다 당장 자금이 급한 A씨로서는 자신의 사정을 몰라준 아버지에게 야속한 기분마저 들었다. 자신이 형과 비교해 아버지에게 부족하게 해 드린 바가 없다는 다소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결국 A씨는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소송을 내기로 했다. A씨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뜻을 거슬러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까?



◇상속 재산에서 유언의 효력, 절대적이지 않다

현행 민법은 피상속인, 즉 숨진 사람의 유언 내용과 관계없이 가족들이 재산 중 일정 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호한다. 재산을 공평하게 분배하고 가족들이 안정적으로 생활을 유지하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이를 '유류분'이라 부른다.

A씨 아버지처럼 재산 전부 또는 대부분을 한 자녀에게만 남기는 경우 다른 자녀들은 자신의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다.


유류분이 인정되는 대상은 △1순위 직계비속(자녀) △2순위 직계존속(부모) △3순위 형제자매 순이다. 상속권과 마찬가지로 1순위 대상자가 있으면 2순위부터는 유류분이 인정되지 않고, 1순위 대상자가 없으면 2순위, 2순위 대상자가 없으면 3순위로 넘어간다.

이때 배우자는 1순위 또는 2순위자가 존재할 경우 같은 순위로 간주되고 1·2순위자가 모두 없으면 단독 대상자가 된다. 유류분에 대한 권리는 망인이 숨진 시점부터 10년, 유류분 청구 이유를 확인한 시점부터 1년 동안 유지된다.

◇유류분으로도 기존 상속분 전부 가져갈 수는 없어

다만 유류분이 인정된다고 해도 망인의 의사를 거슬러 완전히 자신의 상속분을 다 찾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망인이 유언을 남기지 않은 경우 받을 수 있는 상속분 중 법에서 허락하는 일정 비율만 찾아갈 수 있다. 이 비율을 '유류분 비율'이라고 한다.

유류분 비율은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2분의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1이다. 유류분으로 받을 수 있는 재산은 유류분 산정 대상이 되는 총 금액에 상속분과 유류분 비율을 곱해서 정한다.

예를 들어 A씨 아버지가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으로 총 4억원을 남겼고, 상속권자가 형제 2명뿐이라고 가정하자. 이 경우 아버지가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씨는 상속분에 따라 2억원을 가져갈 수 있다. 반면 위에서 본 것처럼 A씨 아버지가 형에게만 모든 재산을 물려준다고 유언을 남긴 경우 A씨가 받을 수 있는 재산은 1억원으로 줄어든다. 상속분에 따른 금액(2억원)에 또다시 유류분 비율(2분의1)을 곱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자녀나 배우자는 유언이 없는 경우 자신이 가져갈 수 있는 상속분의 2분의1, 부모나 형제자매는 3분의1을 각각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유류분은 망인의 재산에 대해 가족들이 가지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언의 효력을 일부 벗어날 수는 있지만 그 뜻에 완전히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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