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치 연가모아 한번에 쓴다" 공무원 '안식월' 현실화

머니투데이 이현정 기자 2015.07.06 12:00
글자크기

인사처, 공무원 휴가규정 대대적 개편… 미사용 연가이월 등 연가저축제·계획휴가제 도입

여름 휴가철인 지난해 7월 인천공항 입국장이 해외여행을 다녀 온 여행객 등으로 북적이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여름 휴가철인 지난해 7월 인천공항 입국장이 해외여행을 다녀 온 여행객 등으로 북적이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앞으로 공무원들의 연가제도가 개선돼 10일 이상 장기휴가 사용이 활성화되고 한 달 간의 안식월까지 가능해질 전망이다. 자녀들의 한 달 방학 일정에 맞춰 장기 가족여행을 떠나는 등 북유럽형 여가문화가 공무원 사회에 정착될지 주목된다.

인사혁신처는 6일 연가저축제를 도입해 해당 연도에 쓰지 않은 연가를 최대 3년까지 연가저축계좌에 이월해 일시에 쓸 수 있도록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연가저축제가 도입되면 해당 연가 일수에 합해 안식월까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연가저축은 최장 3년까지 가능하지만 저축한 연가는 저축 기간이 끝난 뒤 2년 이내에 써야 한다.

이 같은 연가혁신은 유명무실한 공무원 연가사용을 활성화시키고 휴가를 재충전과 공직생산성과 연결시키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 평균은 2163시간으로 OECD국가 평균인 1771시간을 한참 넘어선다. 그러면서도 노동생산성은 최하위 수준인 28위에 해당한다. 노동시간이 많아 오히려 업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공무원들도 연가사용이 저조하긴 마찬가지다. 공무원들의 평균 연가 사용은 지난해 12월 기준 1인당 9.3일로 평균 연가부여 일수인 20.9일의 44.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위직 공무원인 9급 공무원은 7.3일로 정무직을 제외한 직급별 연가사용현황에서 가장 낮은 일수를 기록했다.

현재 공무원들은 재직기간이 6년 이상이면 21일까지 연가를 사용할 수 있게 돼있지만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8~11일 수준의 연가를 사용하고 있었다. 2009년 6.0일인 것에 비해 2014년 9.3일로 최근 들어 연가사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법으로 보장된 기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법적으로 주어진 휴가일수를 모두 쓰고 당해 연도에 쓰지 않으면 소멸됐던 연가를 이월시킴으로써 부서별 업무별로 휴가를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것이다. 업무상의 이유로 매해 연가를 다 쓸 수 없더라도 이듬해에 사용하지 못한 휴가를 보태 장기휴가를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한마디로 공무원들이 재충전 휴가로 공직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이번 연가제 개선의 핵심이다. 정부는 올해 초 복무규정 개정을 통해 5일 이상 휴가를 일시에 사용가능하도록 바꿔 장기휴가를 갈 수 있는 제도적 물꼬를 터줬다.

예를 들어 2016~18년 매년 4일씩 총 12일을 저축한 공무원은 2019년이나 2020년에 당해 연가 일수(재직기간별 3일~21일)에 저축연가 12일을 합해 최대 30일 안팎의 안식월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안식월이란 말에 반색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현재 연가도 다 쓰지 못하는 판에 휴가를 일시에 몰아서 장기적으로 자리를 비운다는 게 가능할까 싶다"며 "업무공백이 생기는 건데 마음 편히 쓸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먼저 기관장이 나서 장기휴가 사용을 권장하도록 했다. 기관장이 직접 권장연가일수를 정해 연가를 쓰도록 하는 권장휴가제를 제도화한 것. 기관장은 직원의 연가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미사용연가에 대해 연가보상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휴가 사용을 적극 권장할 계획이다.

업무공백 논란에 대해서도 계획휴가 보장제도를 함께 도입해 완충장치를 마련했다. 10일 이상 장기 휴가가 필요한 공무원이 매해 1월 장기휴가계획을 미리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이은영 인사처 윤리복무국 복무과장은 "업무공백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가 많아 대체인력제를 적극 운영할 예정"이라며 "공무원이 저축연가와 당해 연가를 합해 장기휴가계획을 적어내면 해당 부서장이 업무공백에 대비해 미리 인력 운용 방안을 짜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공무원 포상휴가제를 다시 부활시킨다. 포상휴가제는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폐지됐다가 재도입되는 것으로 성과를 낸 공무원에게 소속 기관장이 10일 이내의 휴가 즉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성과주의 인사관리의 일환이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업무의 생산성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에서 나온다”며 “공무원도 장기휴가를 통해 가족여행 자기계발 등으로 여유 있는 삶을 가꾸고, 거기서 나온 활력과 에너지를 업무에 집중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데 사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인사처는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무원 대체인력 제도 실태를 진단 및 개선 방안이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