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기도 이천시 무촌리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이천제조창에 도착한 빈병이 생산공정 투입을 위해 옮겨지고 있다./사진=유영호기자 yhryu@
☞빈병값 21년만에 인상.. 맥주병 120원·소주병 100원
반입된 빈 병은 야적장에서 잠시 보관됐다가 공장 안으로 옮겨졌다. 재사용을 위해서다. 생산설비에 투입된 빈 병들은 가장 먼저 선별기를 거친다. 맥주병 등 잘못 섞여왔거나, 파손된 병은 자동으로 분류돼 라인 밖으로 배출된다.
지난 3일 경기도 이천시 무촌리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이천제조창에서 수거된 빈병이 재사용을 위해 세병기(세척기)에 투입되고 있다./사진=하이트진로 제공
마 팀장은 "빈 병 재사용은 제조원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기업과 환경의 이해가 일치하는 몇 안 되는 이슈"라고 말했다.
지난 3일 경기도 이천시 무촌리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이천제조창에서 세척을 마친 빈병이 재사용을 앞두고 세척병검사기를 통과하고 있다./사진=하이트진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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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빈 병의 연평균 출고량은 53억 병이다. 이 가운데 50억 병이 회수돼 45억 병이 재사용된다. 회수율은 95%, 재사용률은 85%다. 병 당 재사용횟수는 8회다. 모두 선진국보다 크게 떨어진다.
독일은 빈 병 재사용률이 95%에 재사용횟수가 19회이고, 일본은 재사용률 94%에 재사용횟수가 28회에 달한다. 덴마크와 핀란드도 재사용률(재사용횟수)은 각각 97%(32회)와 97%(30회)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빈 병의 재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빈용기 보증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985년 도입해 각 부처별로 운영했던 공병보증금제도를 보다 체계적인 자원순환을 위해 2003년 환경부로 통합되면서 빈용기보증금제도로 이름을 바꿨다.
빈용기보증금제도는 보증금이라는 경제적 유인을 활용해 빈 병의 회수 및 재사용을 촉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비자들이 소주병이나 맥주병을 소매점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구조다. 다시 소매점은 도매상에, 도매상은 제조사에 빈 병을 반납해 보증금과 취급수수료를 정산 받는다.
현재 빈 병 보증금은 △190㎖ 미만 개당 20원 △190~400㎖ 개당 40원 △400~1000㎖ 개당 50원 △1000㎖ 이상 개당 100~300원이다. 현재의 보증금은 신병 가격대비 소주 29%·맥주 28% 수준이다.
문제는 개당 보증금이 낮다보니 소비자들의 빈 병 재사용에 대한 관심도 매우 낮다는 것이다. 소매점에 소주 10병을 반환해도 손에 쥐는 보증금은 고작 400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소비자가 구매한 17억8000만 병 중 4억3000만 병(24%)만이 소매점을 통해 회수됐다. 소비자들이 반환을 포기한 빈 병 대부분은 분리수거 등을 통해 수집상의 손에 넘어갔다. 이렇게 수거되는 빈 병은 수거 과정이 복잡해 파손율이 높다.
반면 지난해 도매상이 유흥업소에 판매한 소주와 맥주 31억6000만 병의 빈 병은 전량 회수됐다.
지난해 소비자들이 포기한 빈 병 보증금은 모두 합산하면 570억 원에 달한다. 개당 보증금이 적다 보니 소비자들이 빈 병을 반환해 봐야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수백억 원이 버려지는 셈이다.
홍정기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핀란드, 독일 등 주요국의 빈 병 재사용률이 높은 비결은 신병 가격 대비 적어도 70% 이상으로 책정된 빈 병 보증금 때문"이라며 "보증금 인상과 함께 국내 빈 병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