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 에이산 사장/사진= 정진우 기자
일본의 유명 시내면세점인 에이산(永山) 장영식(48세) 사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다. 1993년 무일푼으로 일본에 와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1995년 에이산을 설립, 올해로 20년째 회사를 운영하면서 깨달은 '경영철학'이다. 에이산은 명품 시계와 가방을 비롯해 생활가전 등 각종 잡화 2만점을 판매하는 일본의 대표 시내면세점으로 현재 도쿄 아키하바라 본점을 비롯해 오사카, 삿포로, 히로시마 등 일본 12개 지역에 매장이 있다.
장 사장의 말이 경영 현장에서 얼마나 실천되고 있을까. 기자가 직접 확인한 결과 에이산의 뿌리와도 같은 아키하바라 본점의 점장이 중국인 여성이었다. 또 가장 나이가 어린 직원(21세)과 최고령 직원(72세)의 나이차가 무려 51세였다. 직원 중 40% 이상이 여성으로 성차별도 없는 편이었다. 고졸부터 대학원 졸업한 직원까지 학력도 다양했다.
신규 사업도 늘고 있다. 자전거 수요가 많은 일본과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직접 전동자전거를 개발해 팔고 있다. 또 도쿄에서 관광버스 회사를 인수해 관광 분야에도 진출했다. 이러다보니 직원수도 계속 늘고 있다. 20년전 5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220명에 달한다. 한국에서도 매년 10명 안팎의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장영식 에이산 사장(가운데)이 본사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정진우
그는 전남 순천 출신으로 순천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어 인천 근해에서 3개월간 어선을 탔다. 이후 일본 유학을 결심, 1993년 단돈 300만원을 갖고 현해탄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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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 일본어를 배웠다. 하지만 돈이 필요해 여러가지 사업도 했다. 일본에서 쌀값이 폭등하자 한국에서 쌀을 수입해 일본에 팔았고, 조용필 등 한국가수 노래가 일본에서 유행하자 남대문시장에서 가요 테이프를 구입해 일본에서 팔았다. 이런 작은 사업들을 통해 300만엔을 벌었고, 사업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에이산을 설립한 것이다. 학연과 지연 등 아무러 차별조건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해 사업을 일군 것이다.
장 사장은 연간 200억엔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일본에서 성공한 한상(韓商)으로 꼽히며, 현재 세계한인무역협회(옥타, OKTA)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한 동포들에게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장 사장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며 "실력을 키우고 목표한 것을 향해 열심히 가다보면 결국 이루게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