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글로벌 펀드의 등장에 세계 각지 투기 자본들의 삼성 흔들기가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헤르메스는 지난해 말 기준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다가 이번에 2.1%를 추가 매입하면서 5%를 넘겨 규정에 따라 이를 알린 것이다. 헤르메스는 6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정밀화학은 삼성SDI 14.7%, 삼성전자 8.4%, 삼성물산 5.6% 등 삼성계열사와 특수 관계인들이 31.2%를 갖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10%)과 국민연금(5.1%)도 5% 이상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삼성은 헤르메스의 다음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아직까지 헤르메스로부터 별다른 연락은 없다"며 "지분 추가 매입 등 헤르메스의 향후 행보와 의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 서울 서초사옥 전경/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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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주식매입 목적을 '투자 목적'으로 밝혔지만 이내 경영간섭의 속내를 드러냈다. 삼성물산에 접촉해 △삼성전자 보유지분(3.4%) 매각 △삼성카드 증자 불참 △삼성물산 우선주 소각 매입 등을 요구했다. 경영진 압박을 계속하던 헤르메스는 돌연 같은 해 12월3일 단 하루 만에 보유 지분 전량을 장내 매도했다. 헤르메스가 챙긴 차익은 약 380억원에 달했다.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삼성정밀화학 역시 경영간섭을 계속하며 주가 상승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 2004년에도 삼성물산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을 거론하며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헤르메스가 엘리엇과 같은 법무법인 넥서스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점도 삼성으로서는 찜찜하다. 김앤장 출신인 최영익 넥서스 대표변호사는 헤르메스와 삼성물산이 분쟁을 일으켰을 때도 헤르메스와 인연을 맺었다.
이처럼 외국계 펀드들이 잇따라 삼성 계열사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하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국내 대표 대기업 그룹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분구조 등으로 손쉽게 투기 자본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 또한 점차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업가들을 위한 경영권 방어 장치가 너무나 부족하다"며 "엘리엇 사태로 이런 허점이 더욱 부각됐고 투기 자본들한테 한국 기업은 매력적인 희생양으로 떠오른 셈"이라고 밝혔다.